법인세 논란의 본질
"법인세 외국보다 높다" 사실과 달라
국회 예산안 처리 논란의 핵심 변수는 법인세 인하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법인세 1% 인하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예산안이 기약없이 표류하는 형국입니다. 정부·여당이 현행 25%에서 22%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법인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아 국제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실제와 다르다는 주장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태의 본질은 법인세의 실질적인 인하폭 보다는 법인세 인하라는 프레임이 상징하는 정치적 의도가 크다는 분석입니다.
우선 국내 법인세가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인지를 확인하려면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OECD 자료를 참고해 명목세율을 비교하면 한국은 38개 회원국 중 9번째로 높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외국의 세율 기준이 달라 일률적인 비교는 쉽지 않습니다. OECD 대부분 회원국은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반면 한국은 10%부터 25%까지 4단계 세율 체계로 돼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최고세율 25% 적용은 과세표준이 3,000억 원 이상인 103개 대기업에만 해당돼 전체 법인 90만 개 중 극히 일부라 애초 비교 자체가 무리가 있습니다.
때문에 최고세율이 아닌 실효세율이 비교 잣대로 보다 타당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와 감면조처 등을 받은 뒤 기업이 실제 납부하는 세율로 실질적인 세부담을 보여줍니다. 실효세율도 나라별로 잣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적인 수준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가 동등한 조건이 되도록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중간보다 조금 아래쪽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2018년 19.1%였던 실효세율은 지속적인 조세감면 혜택으로 2019년 17.5%로 낮아졌습니다.
명목세율로 비교가 어렵고 실효세율도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편이라면 한국의 법인세율이 높아 외국인 투자가 안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실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투자 유치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습니다. 최고세율 적용 대상인 과세표준 3,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내려면 매출이 수조 원에 달해야 하는데, 과연 법인세 몇 % 인하가 대규모 투자를 유인할 수단이 되겠느냐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투자 효과를 내려면 최고세율 구간이 아니라 중간 구간을 낮추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의 또다른 명분으로 삼는 낙수효과도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대세입니다. IMF는 2015년 전 세계 150개 국 사례를 실증분석해 낙수효과가 허구라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낙수효과 등은 별개로 하더라도 법인세 인하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긴축 기조와도 맞지 않습니다. 정부가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부채비율이 처음으로 GDP대비 50%를 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재정건전성 악화에 경고등이 켜졌다며 긴축재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는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를 줄이는 것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도 맞지 않습니다. 기업과 가계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주도성장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세금 완화로 투자 의욕을 고취시킨다는 전략입니다. 법인세 인하는 이런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주춧돌로 삼는다는 게 정부 구상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법인세를 깎아줬으니 일자리 창출 등 투자에 나서 달라는 요구가 담겨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대기업 프랜들리'를 외친 이명박 정부에서 기업들이 감세로 인한 현금을 유보금으로 쌓았던 상황의 재연 가능성입니다. 오죽하면 박근혜 정부에서 사내 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기업소득환류세'를 도입했는 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법인세 감면 이슈는 전략적 관점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의 칼럼>
[2030의 정치학] 시민이 적이 아닌 서로의 동료가 되려면
윤석열 정부 들어 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해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화물연대 파업 사태와 이태원 참사, 전장연 시위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합니다. 화물연대를 불법화하는 데만 집중하고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이해 관계 조정은 외면한 것과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문제삼으면서도 장애인 권리 예산의 쟁점은 등한시했다는 겁니다. 시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화를 닫는 것은 정치라 부를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 칼럼 보기
[세종로의 아침] 트위터의 지저귐을 걱정한다
전 세계에 벌어지는 소식을 가장 빨리 전했던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테슬러 창업자 일론 머스크로 넘어간 이후 언론 자유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직원의 절반을 무자비하게 해고한 데 이어 폭력시위 조장으로 사용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계정을 부활하는 등 독단적, 퇴행적 행태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신문 윤창수 국제부 차장은 트위터 창업 이후 16년 동안 트위터의 지저귐이 역사를 바꾸는 것을 경험한 많은 이들이 플랫폼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