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방위비 내주고, 전작권은 포기하나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방위비 증액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25일께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에서 나오는 입장은 한국의 국방 부담은 늘리는 반면, 전작권 전환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 스스로 방위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전작권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서 '실용주의'를 핵심 원칙으로 삼겠다는 태도를 밝힌 만큼 전작권 환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에 다양한 청구서를 내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WP가 보도한 '한미합의 초기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GDP의 2.6%인 한국의 국방 지출을 3.8%로 늘리고,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원했습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성명을 한국이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런 사항은 관세협상에서 본격적 논의는 안됐지만 정상회담 실무협상 과정에서 물밑 협의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문제는 우리 대응입니다. 국제 안보 환경 변화 속에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과 자체 방위력 증강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미국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우리 국익은 철저히 지켜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빈다. 주한미군의 타지역 전개시 한국 정부의 사전동의 등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한국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는 전작권 환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의 안보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전작권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전작권 환수는 국익이나 안보 차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갖춘 한국이 전작권이 없다는 건 군사주권 포기라고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전환기에 우리 군의 작전권을 여전히 미국에 맡겨놓고 있는 상황은 비현실적입니다. 가령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 분쟁 발생시 주한미군 외에 한국군 동참을 요구하는 상황이 됐을 때 한국군에 전작권이 없으면 속수무책으로 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작권이 전환돼야 한국군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대북 방어 전략·전술을 발전시키고 연합 작전 주도 능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트럼프 1기 때도 양국 합의에 따라 추진했던 데다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미는 '시기'가 아닌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하고 검증작업을 하고 있는데, 차일피일 미뤄지는 걸 막기 위해 한미가 완료시점을 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작권 환수를 어렵게 하는 데는 보수진영의 반발도 적지않게 작용합니다. 보수세력은 전작권을 한국군에 넘겨주면 북핵 위협 대응이 어려워질 거라며 반대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북핵에 대한 억지력의 핵심은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으로, 미국은 북핵 위협에 맞서는 확장억제 강화를 지속적으로 공언하는 상황입니다. 보수진영이 전작권 환수를 이념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전작권 환수가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진보정권이 불을 지핀 좌편향 오류라고 단정하고, 수십년째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안보는 철저히 신중한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전작권 환수야말로 이념 논쟁이 아닌 현실을 고려해 이뤄져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입니다. 준비가 덜 되었으니 전작권을 돌려받지 말자는 건 전작권을 영영 포기하자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전작권 환수를 곧 미국과의 동맹이 흔들리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건 시대착오적입니다.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언급하며 동북아 안보지형을 새로 짜려하는 지금 시점이 전작권 환수 논의에 적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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