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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날 '80억 퍼레이드' 해야 하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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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 국군의 날 군사 퍼레이드가 열리는 가운데 이런 대규모 행사를 꼭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가 재정 부족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 데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잔재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한국이 민주화 이후 다른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군사 퍼레이드를 축소하거나 중단해온 터라 윤석열 정부 들어 2년 연속 개최에 대한 논란이 큽니다.

정부는 군사 퍼레이드 개최 이유로 "국내·외 안보 상황을 고려하여 '강한 국군'으로서 압도적인 국방력을 과시하겠다"고 설명합니다. 국민들이 '힘에 의한 평화'를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국방력이 북한에 비해 뒤진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습니다. 한미 연합 군사력과 자체 국방 전력, 경제력을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국제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합니다. 한국이 재래식 군사력 세계 5위(북한 36위)라는 통계에서 보듯, 굳이 국민들에게 국방력을 과시할 필요가 없다는 얘깁니다.

군사 퍼레이드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에서 통치 강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사실도 불편함을 키웁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지 않습니다. 군사 퍼레이드를 군국주의나 전체주의의 그림자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입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춘 미국의 경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대신 주로 의장대 퍼레이드로 대체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시 독립기념일에 맞춰 군사 퍼레이드를 실시했다가 독립 기념보다는 재선을 향한 정치적 열망만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한국도 군사정권 시절에는 매년 실시했던 군사 퍼레이드가 문민정부 들어선 뒤에는 대폭 축소됐습니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선 4년 주기,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5년 주기로 군사 퍼레이드를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선 건군 70주년 국군의날에 군사 퍼레이드를 하지 않고 전투 훈련과 기념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대신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군사 퍼레이드를 두 해 연속으로 개최하는 것은 전두환 정부이후 처음입니다.

무엇보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는 많은 예산이 투입됩니다. 군에 따르면 올해 국군의날 행사에는 8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에도 약 1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됐습니다. 과거 정부에서 군사 퍼레이드가 실시되지 않는 해는 대부분 10억원 안팎이 소요됐습니다. 군사 퍼레이드 개최시 예산 낭비 우려는 국회에서도 제기됐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 규모의 과도한 확대로 예산 낭비 우려가 있으므로 개최주기와 빈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선 세수 부족으로 정부 재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엄청난 예산이 드는 군사 퍼레이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취약한 재정으로 정부 지출을 축소해 마른 수건을 짜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판입니다. 선진국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행사 준비와 실행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올해 계획된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내년 국군의날 군사 퍼레이드는 중단돼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 전방부대를 방문해 "격오지에 있는 부대들에 대해서는 통조림이나 전투식량 등을 충분히 보급하라"고 지시해 뒷말을 낳았습니다. 군대를 면제받은 윤 대통령이 '전투식량'을 일반 병사들이 실생활에서 먹는 걸로 착각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연이은 군사 퍼레이드 개최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잦은 군사 퍼레이드는 사회를 과거로 퇴행시키는 등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삶과 문화] 서민은 왜 분노하는가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서민들의 어려워진 살림살이입니다. 소설가 권기태는 주변에 돈이 없어 빚으로 줄타기를 하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아파트값이 치솟는 강남과 용산, 여의도 등지에 사회 고위층 상당수가 집을 갖고 있는 현실을 조명합니다. 서민들이 눈물을 흘리는 건 이를 바로잡을 정치가들이 보이지 않아서라는 개탄입니다. 👉 칼럼 보기

[지금, 여기] 추석 연휴, 응급실 방문은 왜 줄었나?

정부가 추석 연휴 '의료대란'이 없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비난을 샀습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은 그것은 정부가 잘해서라기보다 국민들이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을 가지 않기 위해 각자 자구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는 의료대란이 없었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한 국민과 의사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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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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