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한' 한덕수, 윤석열 편들까
윤석열이 20일 헌재 탄핵 심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상계엄 후 처음 대면하는 가운데 증인 한덕수가 어떤 입장을 취할 지가 관심입니다. 윤석열 측은 자신들이 신청한 한덕수를 통해 계엄의 정당성을 피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한덕수는 지난달 국정조사에서 계엄의 절차적 흠결을 지적한 바 있어 윤석열 측으로선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처신에 능한 한덕수의 행태로 볼 때 양측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습니다.
한덕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무회의를 지켜본 목격자이자, 비상계엄 전후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핵심 인물입니다. 윤석열 측이 두 번이나 강력하게 한덕수 증인 채택을 요구한 것도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상황과 목적에 대해 강변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윤석열 정부를 지탱해온 최장수 총리인 한덕수로선 윤석열 측의 의도에 화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이 예산도 삭감하고 잦은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운영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이르렀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윤석열 측 주장에 동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 한덕수가 야당에 적대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만 봐도 어떤 답변이 나올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헌법재판관 임명은 여야 합의를 핑계로 미뤘습니다. 한시가 시급한 내란수사를 지연시켜 내란 세력에 증거 인멸과 반격의 시간을 벌어주려는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한덕수는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격하게 맞부딪치면서 존재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한덕수가 이미 여러차례 계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였기 때문에 그 입장을 완전히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입니다. 한덕수는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여러 절차상 흠결이나 실체적 흠결 등으로 봤을때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국회 측이 윤석열 측과 함께 한덕수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증인으로 신청하면 주요 신문 사항을 질의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과정의 위법성을 밝혀내겠다는 생각입니다.
내란 혐의 피의자 신분인 한덕수는 불법적인 비상계엄의 공범으로 몰릴 위기에 놓였습니다. 계엄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가는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 한덕수는 내란 사태에 알려진 것보다 더 깊숙이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한덕수는 계엄 선포 전 다른 국무위원들에 비해 윤석열과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어떤 대화를 나눴고,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이 계엄 선포 전후로 한덕수에게 모종의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한덕수는 19일 열린 자신의 탄핵 심판에서도 내란 사태 관련 의혹을 추궁받았습니다. 국회 측은 한덕수가 내란의 일부 행위에 가담 또는 방조함으로써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탄핵 사유를 제시했습니다. 흠결많은 국무회의를 수수방관했고, 위법적 내란에도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한덕수 측은 탄핵 사유가 타당하지 않고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는 입장이지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한덕수는 오랜 공직 생활을 거치며 '영혼없는 관료'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법조계에선 이런 점에서 한덕수가 윤석열 측과 국회 측 사이에서 특유의 처세술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합니다. 자기를 임명해준 윤석열에 대한 부채 의식과 개인의 활로 사이에서 갈등을 할 거라는 추측입니다. 한덕수는 자신의 탄핵 심판에서 "국민이 어려운 상황을 겪는 것에 대해 일신의 영욕을 떠나 진심으로 가슴 아프고 송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비상계엄 선포 당일의 상황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밝히는 길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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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헌법적인 12.3 비상계엄을 두둔한 국민의힘의 개헌 주장은 진정성을 의심케 합니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은 막상 요즘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뜨겁게 얘기되는 주제는 '개헌'이 아니라 '부정선거'라고 말합니다. 국민의힘은 개헌을 논하기 전에 '부정선거'론 방역부터 나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김광호 칼럼] 국민의힘의 세 가지 착각
국민의힘이 윤석열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입니다. 경향신문 김광호 논설위원은 국민의힘이 착각한 것은 업둥이라 얕본 윤석열의 '생존 맷집'과 통제 불능인 극우의 행동력을 '보수 결집'이라고 기만한 것, 그리고 계파의 간교함이라고 말합니다. 오만하다 뒤통수 맞고 연민하는 척하다 망했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