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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국가 망신', 책임 물어야 할 사람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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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대회가 끝난 후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번 사태가 한국 사회에 미친 유무형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국격 추락과 국제적 위상 악화는 물론 그간 각 분야에서의 성과로 높아진 국민의 자긍심에도 깊은 상처를 입혔습니다. 일각에선 한국의 국제행사 개최역량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에선 잼버리 준비 부실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책임론의 화살을 전 정부로 돌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며 "실무 준비는 전북도가 중심이 돼서 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책임지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잼버리 종료 후 전임 정부와 민주당 소속 김관영 전북지사 등을 상대로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서는 2017년 대회 유치부터 현재까지의 단계별 권한과 역할을 통한 진상 규명이 필요합니다. 먼저 도로·공항 등 인프라 구축이 지지부진한 새만금개발사업에 정부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계기로 잼버리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앞섰던 전북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됩니다. 애초 자연그늘이 없어 여름철 야영에 부적합한 갯벌매립지를 행사장소로 정한 것부터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전북도는 새만금이 최종 개최지로 확정된 후에도 당초 약속한 숲 조성과 토질 개선, 배수로 설비 확충 등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부적합한 입지 선정과 보완 조치 미흡 등 전북도의 일차적 책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지자체가 유치한 행사라도 국제적 규모일 경우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감독에 나서는 게 일반적입니다.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로 잼버리대회의 행사 집행과 책임은 윤석열 정부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잼버리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은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윤덕 더불어민주당의원(전북전주갑) 등 2명이 맡고 있었습니다. 김현숙 장관이 준비 업무를 총괄한 셈입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강한 여가부 폐지 의지로 여가부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정부는 여가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고 김 장관도 상황을 꼼꼼히 챙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사전 점검 차원에서 열리는 '프레잼버리' 행사는 준비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이번에 드러난 문제가 그대로 지적됐지만 김 장관은 "대책을 다 세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전북도 등 현장에선 부족한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중앙정부에서 거의 반영하지 않은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지난 2월의 공동조직위원장 확대 개편 이후입니다. 중앙정부 지원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조직위 요청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명이 공동조직위원장에 추가 임명됐습니다. 개편의 핵심은 대회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소방 등 인명구조를 담당하는 행안부 장관을 포함시켰다는 점입니다. 그때부터 이상민 장관이 새만금 현장을 자주 방문해 안전점검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9일 잼버리대회 개막 사흘 전 최종 점검에서 "행안부는 안전한 잼버리를 만들고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초 윤석열 정부가 잼버리대회를 이전 정부가 유치한데다 전북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지원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한국스카우트 명예총재로 추대되면서 적극 지원으로 돌아섰다는 겁니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릴 경우 윤석열 정부의 공으로 홍보하기 위해 막판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수락 연설에서 "잼버리대회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으로선 잼버리대회 파행의 직간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난 1일 개막식 참석과 관련해서도 당시 온열질환자가 상당수 발생했는데도 개막식을 강행한 데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참석자들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고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바람에 개막식 취소 요구에도 억지로 강행했다는 얘기도 돕니다. 윤 대통령이 사태의 책임을 전 정부에 미루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뉴스룸에서] '어른' 윤여정과 '꼰대' 김호일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노인 폄하 발언을 사과하러 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사진에 따귀를 날리는 장면이 또다른 논란입니다. 김 회장이 16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자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진도 퍼지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강지원 이슈365팀장은 아무리 정치적 연출이라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 칼럼 보기

[아침햇발] 한국경제, 경고음이 높게 울린다

하반기 한국경제도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상저하저가 될 우려가 커집니다. 경제의 모든 지표에서 일제히 빨간불이 켜진 상황입니다. 한겨레신문 경제사회연구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기울어진 경제 저널리즘 덕으로 비판의 강도가 낮다고 지적합니다. 여당은 총선에 온 정신이 쏠려있지만 경제가 더 가라앉으면 총선은 폭망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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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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