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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징용해법' 서두른 이유 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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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늘(6일)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강제동원 피고 기업(미쓰비시 중공업, 일본제철)은 배상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기업의 출연금으로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이 같은 해법을 먼저 발표하면 일본 측이 과거사에 대한 지난 정부들의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 피고기업의 직접 배상'과 '일 정부의 직접 사과'가 빠진 방안에 피해자들과 국민들이 얼마나 수긍할지 의문입니다.  

이런 미흡한 협상 결과 발표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일본은 지난달 26일 인천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급 협의에서 최종적으로 피고 기업이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그간의 협상 결과를 수용할지, 말지는 윤 대통령의 결정에 남겨 놓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수용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간 여권 일각에서도 한일 협상을 서두르는 윤 대통령에게 속도조절론을 주문하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협상 과정이 한국 측에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정부와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합니다. 특히 3월 일본의 예산 심의와 4월의 지방·보궐 선거를 감안해 기시다 총리가 정치적 부담을 덜어낸 상황에서 협상을 재개하자는 제언도 잇따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확고하게 표명해 신중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외교가에선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해법 주도가 현재 추진 중인 정상외교 일정과 관련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대통령실은 징용 해법 발표 후 이달 중순께 일본에서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하려는 윤 대통령의 강한 뜻이 작용한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한일 셔틀외교는 2011년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총리의 교토 회담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단된 상태입니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미국 방문과 5월의 G7 정상회의 참석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독려해온 만큼, 한미 정상회담 전에 강제징용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초청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등 한일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악재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도 강제동원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1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올 봄이나 여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해저터널 등 방류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다른 정치적인 사안들과 달리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은 건강과 직결된 문제여서, 일본을 향한 국내 여론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큰 사안으로 꼽힙니다.

문제는 '반쪽짜리 해법'이 얼마나 피해자들과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그간 피해자들은 일본 측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를 필수 조건으로 요구했던 터라 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외교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초기부터 패를 너무 일찍 내놓은 게 협상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합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우회해 제3자가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는 방안을 일찌감치 공식화한 것이 잘못이라는 겁니다.

이런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악화된 한일관계를 회복하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시기부터 한일관계 개선을 강조하며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우선 과제로 정했습니다. 이런 강력한 관계 개선 의지는 조급함으로 이어졌고, 주도권을 일본 측에 빼앗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잘못된 정치적 의도가 한일 과거사 문제를 다시 표류하게 만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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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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