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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이념 전쟁' 또 도졌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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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여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부각한 영화 '건국전쟁'을 계기로 이념 논쟁에 다시 열을 올리는 모습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연일 '86 운동권 심판론'을 강조하는 것과 맥을 같이합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육사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으로 촉발됐던 이념전이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여권의 이런 행보는 파열음이 불거지기 쉬운 공천 국면에서 보수층 결집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과거사 논쟁이 중도층·무당층 외연 확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권의 '건국전쟁 띄우기'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하는 양상입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건국전쟁'에 대해 참모들에게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며 관람을 독려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2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등 민족 선각자들이 국권 회복을 위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고 칭송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이승만 대통령기념관 건립 사업에 5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전해지면서 여권 인사들은 일제히 '인증 릴레이'에 동참하는 분위기입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투톱'이 영화를 관람한 데 이어 현역 의원이나 총선 출마자들도 SNS 등을 통해 영화 관람 후기를 잇달아 올리고 있습니다. 김영호 통일부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의 관람 인증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영화 관람 후 "지금껏 이 전 대통령의 공과를 감안할 때 폄훼하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 위원장 등 국민의힘이 '86 운동권 청산'을 강하게 내세우는 것도 이념전을 총선에 활용하자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더불어민주당내 운동권 정치인들을 정면으로 겨눠 정권심판론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통하려면 민주당 지도부가 운동권으로 구성돼 운영돼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표부터가 운동권을 대표하는 인물로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여당은 선거 프레임 전환을 위해 연일 공격을 멈추지 않는 모습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이념전쟁은 뉴라이트 세력이 주류가 되면서 고착화되는 양상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국가에서 제일 중요한게 이념"이라며 야당과 전 정부를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로 몰며 이념전쟁을 촉발했습니다. '이념'을 국정운영의 주요 축으로 삼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에는 총선을 의식해 거론을 삼갔습니다. 그러다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다시 '이념패거리 카르텔'을 꺼내더니 최근 건국전쟁을 계기로 관련 행보와 발언이 잦아지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여권의 이념전쟁이 보수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도층을 멀리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거라는 전망을 내놓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이념 구도를 부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불필요한 역사 해석 논쟁으로 번지면 중도층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집권당이 해묵은 이념싸움에 골몰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지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영화 '건국전쟁'에 대해서도 다큐형식이라지만 과도하게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사실만 부각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 정신을 위배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도 논쟁적인 사안을 다룬 '건국전쟁'이 마치 국민의힘의 정체성인 것처럼 비쳐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근 민생 행보로 점수를 따자 다시 '이념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은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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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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