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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양극화 해소', 즉흥적이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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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 국정 목표로 내세운 '양극화 해소'가 즉흥적으로 나왔다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부 관련 부처는 물론, 대통령실 관련 부서와 사전 조율 없이 돌출적으로 나왔다는 의혹입니다. 이를 보여주듯 대통령실과 정부는 거창한 국정 목표에 걸맞는 정책이나 예산을 전혀 내놓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양극화 타개 발언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꼬집습니다.

윤 대통령의 양극화 발언은 지난 1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발언은 주무 부서인 정책실과 사전에 아무런 협의없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서도 이런 내용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 정부 내에서도 "뜬금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후속 반응은 더 황당합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발언 다음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정책은 내년 1월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하고, 예산은 내년은 건너뛰고 내후년 예산에나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의 언급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대통령실과 정부부처들은 가뜩이나 업무가 몰린 연말에 양극화 정책을 급조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는 전언입니다.  

최근 추경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의 혼선도 졸속 결정의 단면입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22일 오전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가조찬 기도회'에 참석해 "이제 건전재정 기조가 자리잡혔다"고 자랑했습니다. 대통령은 건전재정 기조 정착을 강조했는데, 대통령실은 '적극적 재정'을 밝히는 등 엇박자가 난 셈입니다. 그러자 오후에 대통령실이 "추경은 검토한 바 없다"고 말을 바꾸고, 기획재정부와 국민의힘에서도 추경 불가론을 주장했습니다.

여권 안팎에선 느닷없는 윤 대통령의 양극화 발언의 배경과 출처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민심 수습을 위해 황급히 내놨다는 점에선 별 이견이 없지만 누구의 아이디어냐는 데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다 국정 기조를 '중도실용'으로 바꾸면서 반등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MB세력'의 조언일 거라는 견해가 다수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건희 여사의 입김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급작스럽게 나온 발언이라는 점이 김 여사 개입설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해소 추진은 바람직하지만 의도의 순수성을 따져볼 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집권후 일관되게 '부자감세'를 밀어붙이고 정부 역할을 축소해 사회양극화를 키운 장본인이 바로 윤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막대한 세수 결손에 대처하기 위해 저소득층과 지방교부금을 감액하는 바람에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정부가 며칠 전까지 "경제 위기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고 말한 데서도 '유체 이탈'이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MB 정부의 '친서민' 정책은 포장만 갈아끼웠을뿐 기존 정책의 큰 줄기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고, 결과적으로 별 성과도 거두지 못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내건 양극화 역시 뿌리 깊은 난제인 만큼 철저한 원인 분석과 중장기적 해법 마련이 중요한데, 접근부터가 정략적이어서 실패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윤 대통령 발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지금까지 펼친 시장중심 정책과 부자감세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구체적인 실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감] 샤머니즘이 더해진 '다크 트리아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의 미래를 계속 맡겨야 하느냐는 우려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김현수 명지병원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선 당선자의 정신상태를 분석한 미국 정신과 의사들의 진단을 소개하면서 우리도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윤 대통령에게는 이른바 '어둠의 성격 3요소'로 일컬어지는 다크 트리아드 외에 샤머니즘이 더해져 더 심각하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뉴스룸에서] '윤석열 커피' 보도는 애초에 없었다

윤 대통령 명예훼손 허위보도 공판에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한국일보 강철원 엑설런드랩장은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과 뉴스타파의 보도에는 검찰의 수사 단초가 된 윤석열 검사가 대출브로커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검찰이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무례한 기자'들을 수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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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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