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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압승한 민주당, '승자의 저주' 빠지지 않으려면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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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정치권에서 '승자의 저주'를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크게 이긴 쪽이 자만에 빠져 정작 내년 총선에선 패배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민주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겁니다. 자칫 보궐선거 승리가 총선 승리를 담보하기는커녕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17%포인트 두 자릿수 격차로 이긴 것은 엄밀히 말해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권의 실책에 기인했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적인 사면권 행사와 국민의힘 지도부의 김태우 후보에 대한 무리한 공천으로 애초 선거 구도에서 민주당이 유리한 국면을 차지했습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도저히 패배할 수 없는 선거여서 한자릿수 이내로 이기면 되레 진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입니다. 이번 선거가 '총선 전초전'으로 불린 것은 지금의 민심과 여야의 현재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장점과 약점을 확인한만큼 얼마나 이를 보완하느냐에 따라 본선인 내년 총선에서 승패가 좌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승자가 쇄신 노력 없이 "지금 이대로"를 외치며 총선을 맞는다면 매서운 민심의 심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밤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를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이 대표는 "한때 집권당이던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 한번 성찰한다"고도 했습니다. 보궐선거 승리로 당이 자만심에 빠질 가능성을 경계한 것입니다.    

향후 여야에서 전개될 상황은 네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꾸고 국민의힘이 혁신을 하는 상황입니다. 둘째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변화를 꾀하는 시늉만 하고 현재의 기조를 고수하는 경우입니다. 세째는 민주당이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경우이고, 네째는 친명, 비명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아 중도층이 등을 돌리는 상황입니다.  

민주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선 세째 시나리오에 부합해야 합니다.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의 내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해 징계하거나 공천에 불이익을 주는 행태는 중도층에 큰 거부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내부 결속만 다진다고 끝난 게 아니라 야당으로서 책임있는 민생∙경제대책과 정권 견제에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야당인 민주당이 잘한다고 해서 총선 승리가 담보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윤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 기조를 민생과 경제 살리기로 바꾸고 이를 실천하면 민주당이 아무리 잘해도 총선 승리는 어렵습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선거에 활용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과 다양한 수단을 갖추고 있습니다. 야당으로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야당이 내세우는 '정권심판론'로 작동이 불가능합니다.  

정치권에선 이런 시나리오를 뛰어넘는 변수로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돌출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 대표가 스스로 대표직을 내려놓고 비대위체제로의 전환을 전격 선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비대위 체제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계속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어떤 시나리오든 내년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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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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