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석열, 장기 격리가 답이다
석방 직후 당장이라도 광장으로 달려갈 것 같던 윤석열이 며칠 째 침묵하고 있다. 구치소에서 풀려나자 만면에 미소를 짓고 주먹을 불끈 쥐며 개선장군 행세를 하던 윤석열이 그새 마음을 고쳐먹고 자숙이라도 하는 것인가. 절대 그럴리가 없는 위인이라는 걸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평소 성정대로라면 지금이라도 극렬 지지층 집회에 나가 마이크를 들고 장광설을 늘어놓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당초 외부활동을 검토했다 주변의 만류로 포기했다지 않나.
윤석열은 마치 대통령에 복귀한 것처럼 행동했다. 직무정지 상태인데 국가공무원 신분인 대통령실 참모들을 관저에 대거 불러들이더니 "대통령실이 흔들림없이 국정의 중심을 잘잡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탄핵소추 이전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발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불러서 "당을 잘 운영해줘서 고맙다"고 한 것도 거리두기는 엄두도 내지 말라는 경고다. 아직도 내가 대통령이니 딴 생각하지 말라고 단도리를 한 셈이다.
그러던 그가 몸을 사리는 척 하는 건 헌재 탄핵 선고라는 대사를 앞두고 있어서다. 자신이 유리할 땐 기고만장하다가 어려운 국면에선 약자 코스프레를 해왔던 모습은 익히 봐온 바다. 자칫 역풍이 불까봐 잠시 주춤하고 있을 뿐이다. 겉으로는 '로키 행보'를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뒤에선 참모들에게 보고받고 깨알같이 지시하고, 격노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윤석열은 법원의 석방 판결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법기술'이 먹혔다는 데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구속취소 청구를 제기해 보기좋게 승리했으니 기세가 하늘을 찌를 법도 하다. 무엇보다 법원이 자신을 풀어준 것이나 헌재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을 기각한 게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여길 것이다. 야당의 줄탄핵을 헌재가 부당하다고 봤으니 이에 근거한 비상계엄 선포도 합법적으로 인정할 거라는 식이다. 당장 윤석열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정당성이 증명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법원 석방결정, 탄핵 유리한 신호로 착각
불법계엄 수많은 증거, 어떻게 덮을 건가
원래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별 관련없는 것도 유리하게 해석하는 게 일반적인 심리다. 윤석열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도 달리 생각하면 얼마든지 악재가 될 수 있다. 헌재가 예정에 없던 감사원장 등에 대한 선고를 윤석열보다 앞당긴 이유가 뭐겠는가.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늦출 이유가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탄핵 반대 세력을 달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인다. 윤석열 파면은 결정됐지만, 선고가 몰고 올 혼란을 다소 완화해보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일종의 충격 완화 장치인 셈이다.
야당의 줄탄핵에 대한 판단도 윤석열의 기대와는 다르다. 헌재는 감사원장과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기각하면서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속담은 바로 윤석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석열은 믿고싶지 않겠지만 파면은 정해진 운명이다. 탄핵을 입증할 그 수많은 증거와 진술은 한 두마디 궤변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국가와 사회에 끼친 해악을 생각하면 도무지 다른 결정이 나오리라는 건 생각할 수 없다. 윤석열의 더 큰 죄악은 내란 이후 지지층을 선동해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지게 만든 것이다.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가 국민 통합인데, 윤석열은 공동체를 갈갈이 찢어놓았다. 그것만으로도 파면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윤석열이 대통령에서 물러나더라도 고분고분하게 뒷전으로 나앉아있을 턱이 없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면 여론의 방향을 돌리고, 법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걸 그는 너무 쉽게 알아버렸다. 파면당한 날부터 극우 집회와 극우 유튜브에 나가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선전∙선동에 열을 올리고도 남는다.
이런 악몽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윤석열을 장기 격리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 응분의 댓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이 활개치는 한 우리 사회의 앞날이 온전히 남아있으리라는 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