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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석열, '권총 든 5세 꼬마' 딱 그대로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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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내란 수사가 진행되면서 윤석열이 구상한 '친위 쿠데타'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핵심은 '비상대권' 하나에 집약돼 있다. 윤석열은 올해 초 김용현 등에게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고, 그 얼마 후에는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의 머리는 온통 '비상대권'이란 목표로 가득차 있었던 셈이다.

국가비상사태 때 국가 원수가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비상대권'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그럼에도 그가 굳이 이 단어를 되뇌인 것은 군사독재 시대의 도래를 꿈꾸고 있었다는 얘기다. 비상대권은 계엄보다는 포괄적이고 상위의 개념이다. 윤석열은 단순히 계엄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 염두에 뒀음을 의미한다.

'비상대권' 말고도 단서는 여럿 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국무회의 직후 최상목 부총리에게 건넨 쪽지에는 '비상계엄 입법부 예산을 짜라'는 지시가 담겨 있었다. 국회를 대체할 새로운 입법기구를 설치하려 했다는 것이다. 내란을 실행한 수방사령관은 계엄 선포 전 휴대폰으로 '국회 해산이 가능한가'를 검색했다. 민간인 신분의 전 정보사령관은 부정선거 허위 진술을 얻기 위해 선관위 직원들에 대한 고문까지 작정했다. 총선이 부정선거로 치러졌으니 자격 없는 국회를 해산하고, 이를 대신할 입법기구를 만들겠다는 게 윤석열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윤석열의 허황된 생각은 전두환으로부터 얻었을 것이다. 대선 후보 때 광주학살 주모자 전두환에 대해 "정치 잘하시는 분"이라고 평했던 윤석열이다. 전두환이 5∙17 쿠데타 후 국회를 해산하고 입법∙사법∙행정 등 국가의 모든 권한을 아우르는 '국가보위입법회의'를 설치했던 것을 따라하고 싶었을 게다. 당시 전두환은 정치인 활동 규제 등 자신이 원하는 수백 개의 악법을 이 기구를 통해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관저에 웅크린채 극렬 지지층 뒤에 숨은 尹
장기집권과 독재 구상, 박정희∙전두환 판박이
'친위 쿠데타' 실패했으면 처벌 받는게 순리

윤석열 측의 흑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소된 방첩사령관이 계엄 당일 작성한 메모에는 ‘반국가세력수사본부'를 설치한다고 돼있다. 또한 합동체포조와 국군교도소 등 구금시설 운용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다. 앞서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는 '수거대상' '사살'이라는 표현이 발견됐다. 윤석열은 계엄포고령에서 '척결'과 '처단'을 언급했다.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등 '수거대상'을 가두고 여의치 않으면 '사살'도 불사하려 했던 것 아닌가.

이런 미치광이 같은 발상은 히틀러의 '친위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히틀러는 '비상대권'을 통해 독재권력을 완성한 뒤 자신의 정적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사법적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다짜고짜 숙청 대상을 습격해 억류한 후 살해하는 매우 야만적인 방식으로 실행됐다. 윤석열의 행동대장격인 김용현이 히틀러의 책을 탐독했다는 것을 보면 유사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윤석열이 원했던 것은 박정희식 장기 집권과 전두환의 독재정치였다. 다만 그들의 군사반란은 정권을 잡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윤석열은 대통령의 자리에서 쿠데타를 저질렀다. 박정희와 전두환을 뛰어넘은 히틀러에 가까운 성향의 인물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박정희는 그 댓가로 부하에 의해 죽음을 당했고, 전두환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히틀러는 결국 자결로 생을 마쳤다.

그들을 동경하고, 그들이 누렸던 크기의 권력을 향유하려 했던 윤석열은 한사코 마지막 만큼은 같은 길을 가지 않겠다고 한다. 내란이든, 쿠데타든 실패를 했으면 그에 맞는 단죄를 받는 게 마땅하다. 한데, 윤석열은 한남동 관저에서 웅크린채 극렬 지지층에게 "싸워달라"는 호소문을 냈다. 윤석열과 김건희의 '비선 책사'였던 명태균은 윤석열을 '권총 든 5살 꼬마'로 비유했다. 내란이라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는 스스로 겁에 질려 몸을 숨긴 비굴한 모습이 딱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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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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