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국·한동훈, 명분이냐 실리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설전이 거칠어지고 있다. 이들의 입싸움이 새로운 건 아니나 최근엔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다. 조국이 "윤석열과 한동훈의 관계는 ‘오야붕’과 ‘꼬붕’ 관계였을뿐"이라고 하자 한동훈은 "이재명에 아첨하면 부산 말고 군산을 보내줄 것 같냐"고 맞받아쳤다. 며칠 후 이번엔 한동훈이 먼저 "쭈뼛거리지 말고 만나자"고 하자 조국이 "스토커냐"고 되받았다.
6·3 지방선거에서 여당 승리가 유력시되면서 정작 이목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더 쏠려 있다. 조국과 한동훈의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 못지않은 조연 연기자를 지칭하는 말이 '신 스틸러'인데, 이들은 출마 선언 전부터 주연급 조명을 받고 있다. 이들이 어느 지역에 출마할지, 두 사람이 맞붙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조국과 한동훈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건 이들이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 차기 대선 주자급으로 분류돼서다. 국회 입성 여부에 따라 두 사람의 정치 행보는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 대선을 향해 성큼 나아갈 수 있지만, 낙선하면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조국의 경우 실패하면 혁신당까지 나락에 빠트려, 지방선거 후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 논의에서 백기투항을 각오해야 한다. 한동훈도 선거에서 패하면 '보수 재건'은커녕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잃기 십상이다.
문제는 명분과 실리 사이의 선택이다. 정치인에게 명분은 정치를 하는 이유이자 큰 정치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차기 대선 주자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눈 앞의 실리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국회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는 당장의 정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다. 명분도 찾고, 실리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정치에서 그런 경우는 드물다. 조국과 한동훈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국회 입성 급한 두 사람 명분보다 실리 찾는 듯
전재수 지역구 부산북갑 '빅매치' 성사에 촉각
조국은 "민주당 귀책 사유로 비게 된 3곳(경기안산갑, 평택을, 전북군산)에는 후보를 안 내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진보진영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조국이 이들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자락을 깔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민주당이 후보를 낼지 알 수 없지만 조국으로선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쉬운 길을 가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기류와 다르게 조국혁신당 부산시당은 조국에게 부산 출마를 요청했다. "지금 부산은 침묵의 위기 속에 죽어가고 있다"며 조국이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고향 부산에서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조국은 일각에서 거론되는 전재수 의원의 지역구인 북구갑 출마에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다. "민주당에서 부산은 안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걸 보면 선뜻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부산은 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험지임에 틀림없다. 조국이 실리보다 명분을 우선한다면 선택해볼 수 있는 곳이다. 민주당과 혁신당 합당 논의 과정에서 조국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거부 정서가 만만치 않다는 게 확인됐다. 조국이 차기 대선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다. 조국이 부산에서 나오면 민주당 지지층의 거부감을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도 후보를 내지 않고 화답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경험이 없어 의원 배지가 절실한 한동훈도 실리와 명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명분을 따지자면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출마하는 게 맞지만 강고한 '배신자' 프레임으로 낙마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부산은 자신에 대한 지지세가 높고, 민주당이 차지했던 북구갑은 고지 탈환의 의미도 있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조국을 끌어들여 이긴다면 단번에 차기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다는 계산도 할 법하다.
하지만 한동훈의 의도대로 될지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북구갑에서 조국과 한동훈이 경쟁하면 조국이 오차범위밖에서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국과 붙으면 무조건 이긴다는 한동훈의 기대가 어긋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계속 나와도 한동훈이 조국에게 '도망가지 말고 붙어보자'고 할지 궁금하다. 이래저래 조국과 한동훈의 '빅매치'가 성사될지 눈을 떼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