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이충재인사이트
  • 이충재칼럼
  • 지난 인사이트
  • 공지 사항

[칼럼] 집권 2년차, 여권이 흔들린다

이충재
이충재
- 6분 걸림 -

요즘 이재명 대통령을 보면 자신감이 넘친다. 발언이나 행동에서 거침이 없다. 전 부처를 상대로 한 생중계 업무보고는 국정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보수 중진 정치인인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이재명 정부 핵심 장관에 기용한 것도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다.  

이 대통령의 파격 행보는 탄탄한 지지율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취임 6개월 지나도록 지지율이 50%를 넘은 대통령은 몇 명 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으면 말에 힘이 실리고, 정책에도 탄력이 붙기 마련이다. 국민들도 새 정부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게 된다. 가히 대통령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선순환 구조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외부로부터 돌발 변수가 나타날 수도 있고, 내부에서 균열이 불거질 수도 있다. 집권 2년차가 되면 한국의 대통령들은 징크스를 겪어왔다. 잘 나가던 대통령도, 그렇지 않은 대통령도 예기치 않은 돌부리에 걸리곤 했다. 정권을 잡았을 때의 긴장감이 이 때쯤 풀어지고, 국정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는 시기라는 게 공통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 한마디에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것도,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린 것도 집권 이듬해였다. 박근혜 정권은 집권 2년차에 세월호 침몰로 위기를 맞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소득주도성장 좌초로 2년차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에게도 징크스가 찾아온다면 바깥보다는 내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권력의 핵심부인 여당 원내대표가 비위로 사퇴한 건 예사로 볼 게 아니다. 낙마의 결정적 사유가 당내 공천 문제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정권 후반기에나 터질법한 사건이 집권 초기에, 그것도 외부가 아닌 당내 알력으로 불거졌다는 게 심상찮은 것이다."20년 전에나 있을 일" "국민의힘 얘기인 줄 알았다"는 당내 반응은 그만큼 민주당이 안으로 곪고 있다는 걸 모른다는 방증이다.

집권 2년차 징크스 못 피한 역대 대통령
이 대통령, 집권세력 비위 심상치 않아
비판·견제 세력 실종, 비리불감증 원인

국회 법사위원장이란 사람이 대낮에 차명 주식거래를 한 것도, 당 요직을 맡은 사람과 청와대 실세 간에 취업 청탁 문자를 주고받은 것도 여권의 도덕불감증을 실증한다. 국정감사 기간 중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녀 결혼식 축의금을 받은 상임위원장도 있었고,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의원도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집권세력 내부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데 있다. 청와대는 당의 일이라 개입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고, 여당은 적당히 시늉만 한 채 뭉개려 한다. 애초 윤리감찰에서 빼주거나 감찰에 넘긴 사건도 결과는 오리무중이거나, 맡은 직책을 내려놓지도 않는다. 과거의 민주당은 도덕성에서 보수정당보다 낫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젠 자신들조차 그리 생각하지 않는 지경이 됐다.

여권의 비리 불감증의 원인은 견제 세력이 사라진 탓이다. 수사와 감사기관들은 윤석열 국정농단 비호 책임으로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처지고, 사법기관도 '조희대 대법원'의 황당한 행태로 신뢰를 잃은 상태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에게 올바른 야당 역할을 기대하기는 애초 자격 미달이다. 언론도 정파성에 치우쳐 제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비판과 견제 세력의 실종은 정권에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안으로 곪게 만든다. 자정기능을 잃은 집단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 갈등과 분열이 응축된다. 이런 힘이 차곡차곡 쌓이면 그 누구도 감당 못할 파괴력으로 분출된다.  

이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집권세력의 내부 기강부터 단단히 잡을 필요가 있다. 관료들 기강을 잡는 건 국무회의나 업무보고 생중계로 가능할지 몰라도 자기 세력을 다잡는 건 고난도의 작업이다. 함께 정권을 일군 정치공동체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미 고삐 풀린 집권층 내부의 일탈을 방치하면 그 피해는 이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회복의 시간을 넘어 본격적인 결실의 시간을 열어 젖히겠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집권세력부터 도덕성으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이 대통령은 흐트러진 집권층 내부의 기강을 어떻게 세울 지 고민하기 바란다. 이재명 정권의 성공은 대통령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이충재칼럼

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당신이 놓친 글
[칼럼] 한동훈 내치고, 이준석과 손잡은들
[칼럼] 한동훈 내치고, 이준석과 손잡은들
by 
이충재
2025.12.26
[칼럼] 생중계 보고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
[칼럼] 생중계 보고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
by 
이충재
2025.12.19
[칼럼] '통일교 의혹', 양비론의 오류
[칼럼] '통일교 의혹', 양비론의 오류
by 
이충재
2025.12.12
[칼럼] 왜 지지자들 부끄럽게 만드나
[칼럼] 왜 지지자들 부끄럽게 만드나
by 
이충재
2025.12.5
당신이 놓친 글
[칼럼] 한동훈 내치고, 이준석과 손잡은들
by 
이충재
2025.12.26
[칼럼] 한동훈 내치고, 이준석과 손잡은들
[칼럼] 생중계 보고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
by 
이충재
2025.12.19
[칼럼] 생중계 보고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
[칼럼] '통일교 의혹', 양비론의 오류
by 
이충재
2025.12.12
[칼럼] '통일교 의혹', 양비론의 오류
[칼럼] 왜 지지자들 부끄럽게 만드나
by 
이충재
2025.12.5
[칼럼] 왜 지지자들 부끄럽게 만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