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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 대통령 '검찰개혁' 의지를 믿지만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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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3일 첫 기자회견은 격식의 파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지만 더 주목한 건 검찰개혁에 대한 단호한 의지였다. 이 대통령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 방향 질문에 "검찰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 대통령과 전 정부 인사 등을 겨냥한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기소를 거론하면서 한 말이다. "문재인정부 때는 수사권을 왜 빼앗느냐는 반론 여론도 꽤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사실 이 대통령 만큼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 사람은 많지 않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오른 뒤 검찰은 수백 명의 검사를 동원해 이재명 털기에 나섰다. 유례없는 표적수사와 별건수사로 5건의 기소가 강행돼 지금까지 정치적·사법적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 말대로 검찰이 기소 자체를 목표로 수사하는 사례는 더 악화됐고, 심해졌고, 나빠졌다. 법원이 이 대통령 재판을 연기했다고 하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재개할 여지는 남아있다.

이 대통령의 의지가 확실한 만큼 남은 건 시기와 방법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없으면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검찰개혁을 주도하는 세력 간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데, 몇 가지 짚을 대목이 있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이재명 정부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잘 나갔던 검사들이 대거 중용된 점이다. 핵심 요직에 발탁한 검사들 가운데는 검찰 최악의 흑역사로 기록될 '김학의 긴급출금 사건'을 지휘하거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했던 검사에 대한 수사 지휘자도 포함됐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일각의 반발은 이들이 검찰을 '윤석열 친위대'로 전락시킨 책임을 따지는 것도 있지만, 검찰개혁에서 이들이 장애물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게다가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할 민정수석과 법무 차관이 '검찰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한 인사라면 이를 기우로 치부할 건 아니다.  

"검찰개혁은 자업자득"이라는 이 대통령
개혁 완수하려면 추진 주체 이견 해소 중요
'친윤' 검사 중용에 대한 우려 불식시켜야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을 하려면 "대통령실에서 검찰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게 유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누구 사람이라고 배제하면 쓸 사람이 없다"고도 했다. 검찰개혁은 국회에서 주도하는 데다, 검찰을 설득하려면 검찰 출신들이 낫다는 얘기다. 하지만 '친윤' 검사들은 일반 검사들과는 결이 다른 집단이다.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기를 계기로 '선출 권력'에 맞설 정도의 정치세력으로 군림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을 정치적 권력 확장과 사적 이익 추구에 활용해왔다. 이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인 수사권을 내놓는데 기꺼이 협조할 거라고 믿기는 어렵다.

검찰개혁 추진 시기를 놓고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완료를 공언한 더불어민주당과 차이가 없다고 했으나 속도전에 다소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 대통령이 '온건파'인 정성호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질서있는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민주당이 검찰개혁에 속도를 낼 때,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검찰개혁은 속도전이 생명이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윤석열의 출몰도 있지만 속도조절론이 대두하면서 실기한 측면이 크다. 시간을 끌수록 검찰이 결집해 저항의 빌미를 줄 수 있다. 개혁의 대상에서 졸지에 주체로 변신한 '내부자'들도 언제, 어떻게 태도를 바꿀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갈등과 분열은 금물이다. 호시탐탐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는 검찰만 이롭게 할뿐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검찰은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국민 대다수가 해체 수준의 단호한 개혁을 바라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국민의 열망을 담아 반드시 검찰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검찰개혁 주체 간에 이견이 없도록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이번이 검찰개혁의 진짜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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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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