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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 흔들어 누가 득보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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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거래설'은 여권과 지지층 내부의 현 상황이 응축돼 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보도의 배경부터가 의심스럽다. 기자 출신 유튜버는 정부 고위관계자가 검사들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킨 것만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작위적인 말투에서 신뢰성이 반감된다. '공소 취소' 메시지를 다수 검사에게 전달했다는데, 어느 넋나간 정부 인사가 그런 엄청난 일에 증거를 남기겠나. 기사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요건인 객관성과 정합성이 결여돼있다.

보도의 핵심은 뒷부분에 있다. 이 유튜버는 "검찰은 '이재명 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은 사실 전달이 아닌 개인의 추론이다. 이 대통령측이 검찰개혁과 공소 취소 문제를 놓고 검찰과 거래를 시도했다는 취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대통령과 측근들이 검찰개혁에 미온적이라고 판단해 누군가의 전언을 과장 또는 왜곡해서 보도했을 가능성이 짙다.

이번 일은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둘러싼 여당 내 분란의 와중에 터져나왔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번 정부안은 당초보다 개선됐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독소 조항인 '중수청 이원화' 구조는 일원화로 바뀌었고, 중수청 수사 대상도 9대 범죄에서 6대 범죄로 축소했다. 검사의 징계 종류에 '파면'이 포함된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은 10월로 예정돼 있다. 정작 가장 큰 쟁점인 '보완수사권' 논의는 시작조차 못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지만 세세한 것까지 따지다 보면 자칫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거래설' 보도가 고약한 또다른 이유는 여권 내 '권력투쟁'의 연장선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 과정에서 구주류와 신주류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차기 전당대회는 물론 대선으로까지 연결되는 세력 구축을 놓고 대립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구주류의 중심 인물 중 한 명이 김어준이었고, 이번 보도의 판을 깔아준 곳이 김어준 유튜브 채널이라는 점이 공교로운 것이다.

의심스런 '공소 취소 거래설' 보도 배경
합당 당시 불거진 권력투쟁 연장선인 듯
20년전 열린우리당 '흑역사' 잊지 말아야

집권 1년도 채 안돼 벌어지는 권력층 내 주도권 다툼은 정권에 적신호다. 더구나 그 세 대결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끼워 넣는 건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격이다. 내홍에 시달리는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 탄핵과 특검을 외치며 이번 보도를 회생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으로 이득을 얻는 세력은 외부의 적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의 몰락은 민주당 계열 정당 최악의 '흑역사'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발판으로 국회 단독 과반을 거머쥐었지만 내부 분란, 지도부의 리더십 부족 등으로 3년 9개월 만에 간판을 내린 쓰라린 기억이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게 '108번뇌'라는 멸칭이다. 152명의 당선자 가운데 초선의원들이 108명에 달했는데, 이들이 저마다 자기 소신을 부각하는 데 주력해 의견이 갈라지면서 제대로 성과 하나 내지 못했다. 그 결과 10년 간 보수 측에 정권을 내주며 암흑기를 보냈다.

지금의 민주당 모습을 보면 그 같은 길을 걷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검찰개혁 법안만 해도 갈등이 이토록 표면화될 때까지 당 지도부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강경파 의원들이 저마다 방송에 나와 불만을 털어놓는 모습도 정상은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다른가. 반발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발품을 팔았는지 의문이다. 도대체 당정협의체는 왜 있으며, 청와대에 정무기능이라는 게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심스럽다.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안 해결에 앞장서는 건 한편으론 바람직하지만,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국정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어서다. 고 이해찬 전 총리는 민주당 대표 시절 '5계명'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정부와 당이 단합하지 못하고 정돈되지 않은 각자의 목소리 분출'이다. 이 전 총리가 20년도 전에 현재의 상황을 내다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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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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