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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힘은 차라리 후보 내지 말았어야 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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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국민의힘 대선 캠페인의 혼돈상을 보면 선거를 포기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문수 후보부터가 그렇다. 윤석열의 부정선거 영화 관람으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김문수는 "영화도 많이 보고 사람도 많이 만나는 게 좋은 것 아닌가"라고 사돈 남 말 하듯 했다. 당내에서조차 "제발 윤석열을 다시 구속해달라"는 비명이 나오는데, 정작 중도층에게 표를 호소해야할 김문수는 태평하기만 하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라기에는 도무지 긴장감이나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어찌 보면 김문수는 지금의 자리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흡족해할지 모른다. 심야 '후보 날치기' 시도로 날아갈 뻔했던 대선 후보 지위를 되찾은 게 어디냐 싶을 게다. 변방으로 떠돌다 직전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에서 일약 최고의 지위에 오르지 않았나. 김문수에게는 어차피 이기기 어려운 대선보다는 차기 당권에 대한 의지가 더 클 수 있다.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윤 어게인'  등 극우 세력을 국민의힘에 수혈하는 걸 보면 대선 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예감이 든다.

김문수만 그런 게 아니다. 마지못해 유세장에 나온 한동훈은 김문수보다는 자기 홍보에 더 열을 올린다. 첫 날에는 김문수란 이름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가 당내 비판이 쏟아지자 태도를 바꿨다. 진짜 김문수를 지지할 의사가 있다면 왜 함께 단상에 오르지 않는지 궁금하다. 정계 은퇴 후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홍준표도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속내는 대선 후 당권을 잡기 위한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이 죄다 대선 운동보다는 당권 경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은 이준석과의 단일화 논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준석 캠프 측 인사는 친윤계가 단일화를 제안하며 당권을 약속했다고 털어놨다. 국민의힘이 김문수의 대통령 당선을 바란다면 단일화 조건으로 총리를 제안하는 게 합당하지 않나. 뒤늦게 김문수가 '40대 총리론'으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버스 떠난 뒤다. 대선 승리는 꿈도 꾸지 않고 선거 패배 후의 당권 장악 시나리오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증표다. 한동훈에게 당권을 주느니 차라리 이준석이 낫겠다는 친윤 세력의 속셈도 읽힌다.

대선보다 당권 투쟁에 더 골몰하는 국힘
선거 패해도 영남 기반 기득권 유지 판단
보수재탄생 위해선 국힘 철저히 망해야 

한덕수를 대선 후보로 옹립해 막후 권력을 행사하려 했던 친윤은 애초부터 김문수를 도울 생각이 없었다. 대선에서 지더라도 당권만 지키면 영남과 서울 강남을 기반으로 얼마든지 기득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집권했을 때 강성 야당으로 사사건건 흠집을 내면 반사 이익을 얻어 활로가 열릴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니 '보수개혁'이니 '보수재건'이니 하는 말은 거추장스러운 굴레에 불과한 것이다.

분명한 건 이런 정당에 보수정치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고, 당내 권력투쟁에만 몰두하는 국민의힘에게 집권은 요원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대로라면 이번 대선뿐 아니라 내년의 지방선거와 3년 후 총선, 그리고 그다음해 대선도 패배할 공산이 크다. 보수와 진보의 균형있는 양 날개가 건강한 정치의 조건이라면 보수정당이 영원히 빈사 상태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해결책은 국민의힘이 재탄생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주류는 이번 선거에서 지지율이 30%대만 되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래서는 국민의힘의 재탄생이 불가능하다. 망할 때는 제대로 망해야 한다. 죽은 나무가 뿌리까지 철저히 파헤쳐져야 새 나무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유권자의 냉정한 심판은 진보진영만이 아니라 보수진영에도 내려져야 한다. 이번만큼 TK·PK 유권자들이 주목받은 선거는 없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 차라리 후보를 안 내는 게 나았을 것이다.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명분있게 지면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온갖 추태를 보이면서 기어코 후보를 냈고, 이제 당의 앞날을 한치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 됐다. 누굴 탓하랴. 윤석열의 망령을 끊어내지 못한 국민의힘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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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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