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건희 여사는 왜 '비호감'이 됐나
'자폭전' 양상으로 치닫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후보들이 모처럼 의기투합했다. 김건희 여사 논란과 관련해서다. 명품백 수수 의혹에 사과해야 하고, 검찰 수사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태껏 '몰카 정치공작'이라며 감싸던 이들의 재빠른 변신에 염량세태를 느끼면서도 김 여사가 여당에서도 '밉상'이 됐음을 실감케 된다.
김 여사가 배척받는 것은 후보들이 주인공이 돼야 할 행사를 '김건희 전당대회'로 만든데 대한 응분의 결과다.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은 '배신자 공방'을 낳았고, 급기야 초유의 폭력 사태로 치달았다. 김 여사 의지가 작용했든, 아니든 그가 쏘아올린 공은 여당 전당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한동훈을 궁지로 몰아넣은 '댓글팀' 의혹 등 상대 후보의 등에 칼을 꽂는 추잡한 폭로전의 방아쇠를 당긴 건 김 여사다.
그가 생각하지 못한 건 부메랑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김 여사의 당무개입, 국정농단 의혹이 베일을 벗고 있다. "이걸 다 공개했을 경우 위험해진다"는 한동훈의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닐 것이다. 진중권과 57분 통화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과 장차관, 여당 의원, 유튜버 등과 수시로 전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는다는 정치권의 풍문을 짐작케 하는 단서다. 그 내용 하나하나가 국정농단의 증거물이 될 수 있다.
김 여사의 경박스런 행동은 명품백 대응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디올백을 깜빡해서 돌려주지 못했다는 대통령실 행정관의 뒤늦은 진술에서 확인된 건 김 여사의 비정함이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사람의 심성이 어떨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김 여사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을 변호인 발표에서도 '나는 죄가 없으니 검찰 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고압적 자세가 생생히 느껴진다.
명품백 수수 책임 회피가 분노 키워
"내조에 충실" 약속 안 지킨 게 화근
김 여사의 해명이 믿기지 않는 것은 유독 명품과 관련된 구설이 잦았던 터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첫해 해외순방에서 김 여사는 명품 브랜드 목걸이와 팔찌를 착용해 논란이 됐다. 그러곤 "지인에게 빌렸다"고 둘러댔다. 지난해에는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순방 와중에 '명품 쇼핑'으로 물의를 빚었는데, "직원 호객행위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 디올백을 받을 의사가 없었고 포장도 뜯지않은채 돌려주려 했다는 변명과 뭐가 다른가.
김 여사는 이제 모든 국민의 근심거리가 돼버린 모습이다. 반대진영은 물론 보수 지지층에서도 김 여사만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 여사의 크고작은 스캔들이 보수층의 정서를 거스른 탓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탄핵 여론이 높아지는 요인의 상당 부분은 김 여사가 차지하고 있다.
그에게는 비호감을 벗어날 여러차례 기회가 있었다. 지난 대선 기간 행실이 구설에 오르자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는 약속이 첫 번째 기회였다. 그 말을 지켰더라면 많은 국민이 손가락질하는 일은 애초 벌어지지 않았을 게다. 이후 김 여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터져나온 2부속실 설치가 두 번째 기회였고, 명품백 수수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사과가 마지막 기회였다.
김 여사는 이 모든 기회를 걷어찼다. 여기엔 김 여사 책임이 가장 크지만, 이를 바로잡지 못한 윤 대통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주변에서 김 여사 문제를 거론하면 배우자 편을 들며 격노한 게 윤 대통령 아닌가. 김 여사 논란을 이 정부의 가장 큰 리스크로 키운 것은 바로 윤 대통령 부부다. 넉달 후면 윤 대통령 임기는 반환점을 돈다. 지금도 레임덕 신세지만 그때가 되면 고립무원의 처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 대통령 부부의 앞날이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