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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건희 여사 지키려 정권 잡았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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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김건희 특검법'을 마주한 국민의힘의 행태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김건희'라는 이름 석자를 입에 올리지 못해 '도이치모터스 특검'이라는 명칭을 고안한 것부터가 해괴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기자들 문답에서 '김건희 특검법'이란 말 대신 '이 법' '그 법'이라고 부른다. 국민의힘에게 김 여사는 한 위원장 표현을 빌자면 '절대존엄'이라도 되는 건가 싶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특검법은 원내의 일이라 제가 책임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 대신 십자가를 지겠다는 의미다. 한 위원장은 특검법이 통과된 28일 아예 국회로 출근도 하지 않았다. 특검법 통과 후 쏟아질 언론의 질문을 사전차단하려는 조치일 것이다. 너도나도 몸을 사리는 모습에서 김 여사의 여권 내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할 수 있다.  

여권에서 김 여사 이름은 금기어라는 소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부터 돌았다.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이 나올때마다 윤 대통령이 발끈해 누구도 말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는 얘기도 새삼스럽지 않다. 김 여사 덕에 대통령이 됐다고 믿는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는 운명공동체나 다름 없는 존재다. 그러니 관가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놓고 누가 'V1'이고 'V2'인지 입씨름을 벌인다는 황당한 말이 나오는 거다.

윤 대통령의 비호 아래 그간 김 여사는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려왔다. 학력 위조와 논문 표절 의혹은 수면 아래로 사라졌고, 코바나컨텐츠 대가성 협찬 의혹은 없던 일이 됐다. 해외순방때 지인의 '사적 수행' 등 의전을 둘러싼 논란도 잇따라 불거졌다. 이번 명품백 녹취록에서 공개된 금융위 인사개입 의혹 등 공직 인사 관여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탈당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말대로 선출되지 않은 누군가가 모든 유무형의 권력을 휘두르며 법과 상식이 무너지는 형국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 김 여사를 통제할 수 있는 곳은 아무도 없다.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은 과거 잔재 청산이라는 미명아래 폐지됐고,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을 최소화하는 취지라며 제2부속실도 없앴다. 이들 기관을 대신할 특별감찰관 임명은 기약이 없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김 여사와 관련된 고소고발은 아예 거들떠도 안보거나 속전속결로 무혐의 처리하고 있다. 그야말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언터처블'인 셈이다.  

'김건희 특검법' 이름도 제대로 못 부르는 여권
김 여사, 대통령 비호로 치외법권적 지위 누려
공정, 평등이란 법정신 훼손 전례 남겨선 안 돼

28일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은 이런 비상식과 불공정의 고리를 끊기 위한 작은 몸부림에 불과하다. 김 여사에게 제기된 수많은 의혹 가운데 극히 일부일뿐이다. 이 조차도 '악법'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재판에서조차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련한 사실이 명확해졌는데 그냥 덮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실과 여당 주장대로 '총선을 겨냥한 정치공세'였다면 지난 1년여 간 손을 놓고 있었던 이유가 뭔지를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정권 교체 이유를 "법치유린이 계속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선 "사회 구석구석 만연한 특권과 반칙을 바로잡으라는 명령"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유독 김 여사의 특권과 반칙을 바로잡는 데는 극히 인색하다. 보수진영을 포함해 국민 70%가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하는 것은 윤 대통령 스스로가 한 말에 책임을 지라는 요구다.

대통령도, 김 여사도 지금은 힘이 세다.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번엔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언제까지 아무 일도 없을 수는 없다.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든, 아니면 여당이 재집권하든 반드시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다.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유로 공정과 평등이라는 법정신이 훼손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부터 대통령 부인의 역할을 분석하고 평가해 온 미국 뉴욕 시에나대연구소는 대통령 부인이 적절한 역할을 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10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용기, 청렴성, 지도력, 대중적 이미지, 업적, 국가기여도, 대통령 기여도, 백악관 관리인으로서의 역할, 여성 지도로서 주체성 등이다. 김 여사는 이 가운데 얼마나 대통령 배우자로서 덕목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제적으로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 부인을 보고 싶다는 게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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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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