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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건희 특검법' 누가 키웠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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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극도의 거부감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특수부 검사 시절의 촉이 발동해서일 것이다. 대통령의 통제권 밖에 있는 특검이 가동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칼을 빼면 어떻게든 성과를 낼 수밖에 없는 특검의 생리상 김 여사가 무사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엄습했으리라 본다. '최순실 특검'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를 엮기 위해 '경제공동체'라는 논리를 고안한 당사자가 윤 대통령 아닌가. 재산과 이익공유에서 부부만큼 밀접한 관계는 없을 터니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이 탈탈 털었는데도 기소하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도 윤 대통령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 정권에 우호적인 검찰 지휘부에서 지시를 해도 막상 중간에서 끊어지기 일쑤였다는 게 다수의 검찰 출신 인사들 얘기다. 윤석열 총장이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른 당시 상황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칠 여건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윤 대통령에게 중요한 건 '김건희 특검법'이 총선에 미칠 영향이 아니다. 총선은 나중 문제고 당장은 김 여사가 특검에 불려가고 조사받는 상황을 어떻게든 막아야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공법으로 특검을 받자"느니 "총선 후 실시하자"느니 하는 건 윤 대통령으로선 터무니없는 탁상공론일뿐이다. 거부권 행사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친인척 비위 의혹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설치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헛된 기대에 불과하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에게는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전에 막을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다. 최선의 판단은 검찰이 스스로 처리하도록 놔뒀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재작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때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이 되면 이 부분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장에 오르면 이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해 어떻게든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김건희 특검법'에 위기감 커진 윤 대통령
이제 여당 의원들에 손벌려야 하는 신세
윤 대통령과 한동훈, 사태 키운 것 아닌가

당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이 사건 지휘에서 배제시키면서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었다. 만약 그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돌려놓는 조치를 취했더라면 이 사건은 조기에 매듭지어졌을 수 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여론의 지지세가 견고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회를 발로 걷어찬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한 장관의 결정에는 윤 대통령의 뜻도 반영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적어도 이 사건에 있어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한 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제 5일 거부권을 행사한 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형편에 놓였다. 국회 재의결에서 여당 의원 십수 명이 마음을 달리 먹으면 김 여사 지키기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다. 윤 대통령에게도, 한 위원장에게도 아무런 빚이 없는 공천 탈락자들이 어떤 결정을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국민 다수가 바라는 김 여사 의혹 규명에 찬성하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명분과 정치 도의에 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김건희 특검' 정국에서 소환되는 과거 발언들이 있다. "떳떳하면 사정기관을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하느냐. 죄지었으니 거부하는 것"이라고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당당히 말했다. 한 위원장의 언급도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구속영장을 비회기 때 청구해달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요구에 "범죄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마치 식당 예약하듯 자기를 언제 구속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일"이라며 "희한한 특별 대접 요구가 참 많으신 것 같다"고 비아냥댔다.

지금 대통령 배우자의 혐의를 규명하자는 특검을 거부하는 건 누구고, 국회 재의결을 빨리 하자고 독촉하는 건 누군가. '김건희 특검법'을 만들고 키운 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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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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