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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거판에 난입한 '조희대 대법원'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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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판결의 내용이나 절차 모두 정치적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법부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제도적 과정과 절차의 존중이다. 그런데 대법원의 이번 선고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서둘렀다. 무엇이 그리 급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9일만에 선고를 했을까. 풀리지 않던 의문이 이번 선고로 드러났다.  

원래 소부에 배당했던 이 사건을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전원합의체로 전격 회부한 것부터 극히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단 두 차례의 전원합의 기일만을 거쳐 초고속으로 선고를 하는 것도 유례 없는 일이다. 대선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이번 파기환송으로 혼란은 더 커졌다.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시작해 판결을 내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되레 대법원이 이런 불확실성을 의도한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대법원의 급변침을 주도한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으로 내란 수괴 윤석열이 낙점한 인물이다. 대법원장 임명 때부터 그의 전력은 도마에 올랐다. 대법관 때는 댓글공작을 벌인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고, 박근혜 재판에선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윤석열이 보수법관 중에서도 더 오른쪽으로 경도된 인물을 시킨 것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이 들어놓은 '보험'은 내란 국면에서 통했다. 돌이켜보면 대법원은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해 공식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판사들 여러 명이 체포명단에 포함돼 있었는데도 계엄선포 직후 열린 대법원장 주재 회의에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다. 뒤늦게 계엄이 해제된 후에야 "계엄 해제에 안도한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발표했을 뿐이다. 헌법과 법률이 붕괴될 위기에 놓였는데 팔짱을 끼고 있었던 게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 대법원이었다.

이재명 파기환송, 내용과 절차 모두 부적절
내란 국면, 법원의 윤석열 봐주기와 대조적
'검찰개혁'과 함께 '사법개혁' 필요성 높일뿐

법원의 윤석열에 대한 호의적 태도는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윤석열 구속취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담당 재판부는 아직도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구속기간 계산 방식을 하필 윤석열에게만 적용해 풀어줬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을 지하통로로 출입시켜 포토라인을 피하게 하고, 첫 공판에서 사진촬영을 불허하는 등 온갖 특혜를 준 것도 법원이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해왔다.

선거법은 후보자들이 거짓말을 해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이를 통해 당선 등 이득을 얻는 행위를 막는 게 그 취지다. 대선에서 낙선자에게 선거법을 적용한 사례는 이재명이 유일하다. 총선에서 낙선자에게 선거법을 적용한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금품수수에나 해당하지 발언을 문제 삼은 적은 없다. 대법원이 이재명 재판을 서두른 근거인 '6·3·3 원칙'도 불법을 통해 당선된 후보의 임기를 줄이자는 취지인 것을 감안하면 견강부회일 뿐이다.

대법원이 그렇게 선거법에 엄격하다면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은 어떤가. 윤석열이 지난 대선에서 받는 선거법 위반 혐의는 수두룩하지만 아직 수사조차 제대로 된 게 없다. 당선자는 봐주고 낙선자는 엄하게 처벌하는 게 법과 정의의 실현은 아닐 것이다. 대법원이 인권의 최후 보루라면 애초 이재명에 대한 검찰의 편파적인 기소까지 감안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의 피선거권과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게 온당한지 묻고 싶다.

'조희대 대법원'이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보인 일련의 행태는 정치 개입 의도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항간에는 윤석열 파면으로 높아진 헌재의 위상을 의식해서라는 분석도 있지만, 최고법원이 정치에 관여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낙제점이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손상해 '검찰개혁'과 함께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높일 뿐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아무리봐도 정도(正道)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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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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