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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강경 대응 다 이유 있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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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31일 민주노총 주최 도심 집회에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최근 여권의 잇단 집회·시위 강경 대응의 배경이 주목됩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16일 건설노조의 도심 노숙집회이지만 구실에 불과할 뿐 총선 등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하반기부터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집회와 시위가 봇물 터질 듯 진행될 것이란 판단하에 일찌감치 차단에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여권에선 특히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아 여론 주도층을 중심으로 시국선언이 터져 나오는 상황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의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강제징용 배상안 발표를 기점으로 시작된 시국선언은학계와 시민사회계, 종교계 인사들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비판의 영역도 단지 '굴욕외교' 규탄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무대책, 소통 부재, 노동 탄압 등 국정 전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이런 상황이 촛불집회 같은 대규모 집회로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박근혜 정권 때 촛불시위는 물론 이명박 정부에서의 광우병 집회도 처음엔 각계 인사들의 시국선언으로 촉발됐습니다. 현 국면을 좌시할 경우 자칫 이전 정권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겁니다. 여권 내부에선 이미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집회·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강경책을 쏟아내는 데서도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정부·여당의 대책이 실상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점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게 됩니다.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와 출퇴근 시간의 집회·시위 제한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핵심인데, 이는 집회·시위는 최대한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그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집회·시위 허용 범위를 넓혀온 점을 감안하면 인정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겁니다.

정치권에선 이를 모를 리 없는 여권이 무리수를 동원하는 배경에는 지지층 결집 의도가 크다고 봅니다. 지난해 말 추락하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한 결정적인 계기는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대응 했을 때입니다. 올들어서도 지지율 하락 국면에선 예외없이 '노조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이번에도 보수층에 팽배한 반노조 정서를 자극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권이 노리는 것은 결국 내년 총선 승리에 있습니다. 지지층을 결집해 국정 주도권을 잡아야 총선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공권력을 동원한 집회·시위 강경 대응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당장 민주노총의 31일 도심 집회만 해도 경찰과 참가자들 사이에 '강대강'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당정으로부터 집회 대응에 미온적이라고 호되게 비판받은 경찰로서는 집회 원천봉쇄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강경 진압 일변도로 나가다가 자칫 사고라도 나면 모든 책임이 정부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를 제한하려는 것 자체가 반민주적,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여론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불법, 합법을 판단하는 것은 정상적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공포와 긴장을 조성한 과거 정권의 공안통치와 다를 바 없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오점으로 남을 위헌적 발상을 철회해야 합니다.

[김희원 칼럼] '법치'라는 프로파간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법치'가 우리 사회 약자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높습니다. 이른바 '건폭' 수사와 노조 탄압, 야간집회 금지 등은 법과 원칙이 얼마나 정권의 편의에 따라 가동되는지를 웅변합니다.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은 지금 한국사회에 절실한 것은 엄격한 법과 원칙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을 존중할 줄 아는 포용력과 타협이라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숨&결] '계집 파일' 사건과 기시감

방혜린 전 군인권센터 활동가는 얼마 전 보도된 공군의 '계집 파일' 사건을 보고 자신이 경험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여군들에게 인트라넷에 등록된 개인정보에서 각자 사진을 지우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바로 이번 같은 사건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세월을 두고 반복되는 수많은 계집 파일들의 역사를 봤을 때, 이번에도 몇몇 장병의 일탈로 처리하고 매듭짓지 않을까 씁쓸하다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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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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