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84조' 해석 떠넘긴 대법원의 직무유기
서울고법이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연기한 가운데 대법원이 헌법 84조 해석을 방치하는 건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법원은 이 대통령 관련 5개 재판 진행 여부 결정은 개별 재판부가 결정한 사안이라며 핵심 논란인 헌법 84조 해석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일선 법관에게 맡기면 재판부마다 해석상 차이로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각에선 대법원이 대통령 당선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부추겨 여당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런 혼란은 9일 서울고법의 기일 변경 결정 내용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 기일 변경 사유에 대해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고만 밝혔지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논란이 되는 헌법 84조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진행 중인 형사 재판도 포함된다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없었습니다. 재판을 연기하면서도 다음 기일을 언제로 할지에 대해서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최악의 경우 이 대통령 재임 중이라도 언제든지 재판을 재개할 여지를 남겨둔 셈입니다.
논란의 출발은 대법원이 헌법 84조에 대해 직접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아서 빚어진 문제입니다. 법조계에선 서울고법의 결정으로 다른 4개 재판부도 이 대통령 재판을 연기할 거라는 관측이 많지만, 섣불리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대통령 허위사실 공표 사건에서 보듯 판사들의 성향이 워낙 제각각이라 일부 재판부가 재판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일선 재판부가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을 내리지 않는한 불씨가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 84조가 향후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는 상황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 대통령 재판 연기에 불복해 헌법소원이 청구되면 헌재가 이를 판단해야 하는데, 대법원의 해석 여부가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합니다. 대법원이 진행 중인 재판도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포함된다고 해석을 내리면 헌재도 같은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헌법 84조 문제가 헌재로 넘어가면 대법원이 헌재 판단을 지켜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헌재가 대법원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됩니다. 최근 여당이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도입을 추진하자 대법원이 반발하는 것을 감안하면 스스로 자존심을 팽개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초 헌법 84조 취지가 대통령이 직무 집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특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면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이 가져야 하는 국정안정성을 위해 넣은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만약 재판이 진행돼 형사처벌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직을 상실하게 돼 국정 혼란과 국민의 삶 등 국가 전체가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헌법 84조에 명시된 형사상 소추는 기소로 시작해서 모든 재판에 이르는 절차라는 게 다수 헌법학자들의 시각입니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대법원이 헌법 84조 해석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옵니다.민주당은 서울고법의 결정에도 12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여당이 다수당인데다,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리가 없어 법안은 곧바로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이 본인 재판 정지를 위해 권한을 행사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아 야권을 비롯한 보수진영과 각을 세우는 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재판중지 여부 결정을 방치하는 게 이런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민주당이 재판중지 법안을 강행처리하게 만들어 여론에 흠집을 내게 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입니다. 대법관 증원 등 민주당의 사법부 개혁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런 행태는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사법개혁 필요성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선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을 흔들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결국 법원의 논란을 최종 정리할 권한과 의무가 대법원에 있기 때문에 대법원이 결자해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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