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한계
조기 대선 출마 채비를 갖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첫 일성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눈길을 끕니다. 그는 26일 출간된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이 대표를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규정했습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문제지만, 이재명 대표의 일상계엄은 더 큰 문제"라고도 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출판사 보도자료의 주요 제목으로 다뤄진 것으로 저자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선 출마의 명분을 '반이재명'으로 삼는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셈입니다. 정치권에선 정계 입문 때부터 비전과 가치 제시보다는 오로지 '이재명 때리기'로 일관하는 한동훈의 한계가 이번에도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동훈이 저서에서 "이 대표가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계엄이나 처벌규정 개정같은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는 주장부터가 논리적 비약입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계엄을 선포할지 모른다는 얘긴데,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막연한 상상에 기초한 주장입니다. 윤석열 내란 사태로 국민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가볍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발언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는 동시에 보수진영의 '이재명 불가론'에 호응하려는 노림수로 보입니다. 한동훈이 저서 발간일을 이 대표 공직선거법 2심 결심공판날로 잡은 것도 이재명에 대한 보수층의 부정적 정서를 환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동훈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수지지층의 거부감을 희석시킬 필요가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공격은 자신에게 쏟아진 '배신자 프레임'을 외부의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동훈이 저서에서 "이재명 정권의 탄생을 막기위해 계엄의 바다를 건너자"는 말도 윤석열 탄핵 논란은 접고 이재명 집권 저지에 보수진영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박근혜 탄핵 후 보수층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온 "탄핵의 바다를 건너자"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정치인 한동훈'은 이재명 때리기로 지금의 위치에까지 올랐다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법무부 장관 시절 한동훈의 목표는 '이재명 구속'이었고, 국민의힘에 들어와서는 '기승전 이재명' 비판에 열을 올렸습니다.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끌면서는 '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 원인은 윤석열의 오만·불통 리더십 탓이 크지만 한동훈의 전략적 판단 미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동훈은 지난해 12일 당 대표직을 사퇴하면서까지 "이재명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계속가고 있다"며 비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동훈이 이재명 공격에 앞서 풀어야 할 것은 당내 문제입니다. 한동훈이 진정 '계엄의 바다'를 건너고 싶다면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는 비상계엄에는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내란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한동훈은 윤석열에 대한 개인적인 안타까움을 언급하면서 사적 인연보다 공공선이 우선이라고 저서에서 밝혔습니다. 비상계엄 반대라는 '공적'과 윤석열 사수를 외치는 극우세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식의 양다리 걸치기는 스스로의 존재감을 떨어뜨릴뿐 아니라 양쪽 모두에서 손가락질을 받기 십상입니다.
한동훈이 저서에서 검사 이력을 누락한 것도 당당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한동훈 측은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라 뺐다고 둘러대지만 '검사 정치인' 이미지를 벗기위해 의도적으로 이력을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일각에선 검사 시절 이명박·박근혜 수사를 맡았던 한동훈이 보수진영내 지지세력 확장을 고려해 배제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동훈이 이전부터 "국민이 바보가 아니라 '검사 대통령'을 두 번 연속으로 연달아 뽑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말도 있는 걸 보면 윤석열과의 차별화를 노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동훈은 저서에서 윤석열이 겪지 못한 정치인 경험을 쌓아왔다고 했지만 아직 검사 물을 빼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정치권에선 한동훈의 강점으로 국민의힘 다른 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어 정치세대 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비상계엄 해제 동참을 꼽습니다. 이런 강점은 제쳐놓고 보수진영 결집을 꾀한다며 '이재명 죽이기'에 몰두하는 것은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한동훈은 당 대표 때도 보수 쇄신 능력 부재와 리더십 논란으로 내내 흔들렸습니다. 한동훈이 의미있는 보수진영 대선 주자가 되려면 윤석열 등 내란 세력과의 단절과 위기에 빠진 보수를 재건할 비전 제시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윤석열 탄핵 심판에서 등장한 '비상계엄은 계몽령' 발언이 많은 국민을 분노케 합니다. 한국일보 최문선 논설위원은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유지, 보수해야 한다는 각성이 있어났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의 불가피성을 일깨웠다는 의미에서 정말로 무수한 사람이 계몽됐다고 역설적으로 말합니다. 이제는 윤석열이 헌재 파면을 통해 계몽당할 시간이라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뉴스룸에서] 윤석열은 가도 파시즘은 남는다
윤석열은 최후 진술에서도 예상대로 거짓과 궤변, 망상으로 일관했습니다. 한겨레신문 이세영 정치부장은 단언컨데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겠지만, 그가 가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윤석열과 내란 세력이 봉인을 풀어버린 '파시즘'의 기운 때문이라는 겁니다. 극우 파쇼라는 '악의 기운'이 사회 곳곳을 배회하며 공화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할 거라고 우려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