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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도 '나쁜 포퓰리즘'에 갇혔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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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정치에 갓 발을 디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내놓는 '정치개혁' 카드가 정치혐오에 기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불체포 특권 포기 등 정치 본질과는 상관없는 인기영합적 방안으로 국민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위원장의 제안은 선거를 앞둔 시기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라는 점에서 총선을 겨냥한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따릅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는 데 이어 한 위원장도 포퓰리즘성 정치개혁안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한 위원장이 16일 제시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안은 여권 내에서도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지만 이를 믿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지역구 정수를 줄일 경우 당선된 의원들의 반발을 감당하기 어려운데다 비례대표 축소는 거대 양당의 의석 점유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성은 무시한채 총선을 앞두고 던져놓고 보자는 얄팍한 꼼수로 풀이됩니다.

주목할 것은 지난해 5월 국회 주도로 실시한 시민 공론조사 결과입니다. 한 위원장은 의원정수 축소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지만 실제는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당시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 469명의 입장변화를 분석한 결과,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13%에서 33%로 증가해 당초 65%로 압도적이던 축소의견(37%)과 차이가 확 줄었습니다. 비례대표 의원 확대 의견은 70%로 숙의 전보다 43%포인트나 늘었습니다. 의원수의 많고적음이 정치개혁과 꼭 비례하는건 아니라는 게 공론으로 나타난 셈입니다.

한 위원장이 지난달 취임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약속한 사람만 공천한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반발이 상당합니다. 의원 불체포권을 명시한 헌법 개정 사안을 자발적인 포기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헌법상 제도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체포동의안 포기 선언에 동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의원들의 불체포 특권 포기는 여야할 것 없이 수없이 약속해온 것이라 식상하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이밖에 한 위원장이 제시한 '금고형 이상 확정시 재판기간 세비 반납'은 이미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의원이 구속될 경우 그 기간의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이 지급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민주당 안은 구속되는 기간을 제외하도록 했지만 한 위원장 안은 '금고형 이상 확정시'여서 확정판결 이전의 의정활동에 대해서는 세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습니다.

한 위원장이 밝힌 '귀책사유 발생시 무공천' 공약은 내로남불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후보를 출마시켜 참패를 당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후보를 사면하고 당이 재공천한 게 패배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이런 과정은 무시한채 다시 공약으로 제시하니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서구청장 선거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정치학자들은 한 위원장의 정치개혁 카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재 대통령의 권력이 의회보다 큰 상황에서 의원을 축소하고 불체포특권을 폐기한다면 정상적인 의회민주주의는 더 어려워진다고 강조합니다. 한 위원장이 제시하는 방안이 총선을 의식한 대중영합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정치 초보자로서 신선함보다는 '서초동 사투리'에 기반한 '반정치'에 매몰돼 있다는 우려입니다. 지금 한 위원장이 관심을 쏟아야 정치개혁의 방향은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 완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메아리] 피해선 안 될 대통령의 숙제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가 아직 불투명합니다. 한국일보 이영태 논설위원은 지금 윤 대통령은 불통의 대명사라던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얘길 듣는다고 말합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 국민들이 듣고 싶은 질문은 켜켜이 쌓이는데 이번마저 건너뛰다면, 임기 내내 딱 한 번의 기자회견을 한 대통령으로 기록될지 모른다고 우려합니다. 👉 칼럼 보기

[서의동 칼럼] 전쟁이 '빌드업'되고 있는 한반도

신년의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고조되는 기류입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이 한반도 전쟁을 언급하기 시작한 게 불길한 징후입니다. 경향신문 서의동 논설위원은 윤석열 정부와 보수세력들은 남북 긴장을 높이는 게 정권 운영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전쟁이란 단어가 익숙해지는 현실이 두렵다고 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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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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