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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줄선 검사들, 부끄럽지 않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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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김건희 여사 조사와 관련한 대검의 진상 조사 지시에 일부 검사들이 반발하면서 하극상 논란이 제기됩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원석 검찰총장의 김 여사 특혜 여부 조사를 거부하고, 수사팀 검사가 사표를 낸 것은 '항명'과 다름없다는 지적입니다. 검찰의 굴종적인 김 여사 조사에 대한 내부 자성은 없고 외려 검찰총장을 공격하는 모습에서 권력에 줄 선 검사들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 여사 수사를 지휘한 이창수 중앙지검장의 태도 변화부터가 석연치 않습니다. 그는 지난 22일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지자 이 총장에게 대면 보고를 하면서 수차례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고 보고를 누락한 경위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하루만에 이 총장의 진상 파악 지시에 "협조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사실상 검찰총장의 지시를 거부한 셈입니다.

이 지검장의 입장 변화는 수사팀 검사의 돌발적인 사표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대통령실의 기류를 의식해서라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총장이 김 여사 특혜 조사에 사과하자 곧바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특혜가 아니라고 했고, '검찰 수사 담당자가 자기 역할을 했다'고 두둔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이 지검장에게도 전달됐을 거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입니다. 용산과 가까운 이 지검장으로선 이 총장의 지시를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 여사 명품백 수사팀 검사의 사표와 이에 대한 일부 검사들의 동조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은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김 여사 조사를 성사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합니다. 검찰청사 내 소환만을 고집했다면 김 여사가 조사에 응했겠느냐는 현실적 문제를 거론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둘러 수사를 종결시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김 여사를 제대로 조사해 혐의를 밝혀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만약 김 여사가 장소와 방식을 문제삼아 조사를 거부했다면 이런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상적인 조사를 관철했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검찰은 이번 김 여사 조사에서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여사가 택한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 건물에서 조사한 것부터가 이례적인데다, 수사 검사들은 신분증을 제시하고 휴대폰을 제출해야 했습니다. 정작 김 여사는 '경호 대상'이라는 이유로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통상 피의자가 검찰청에 소환될 경우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신원 확인을 받는 것과 정반대 장면입니다. 이러니 '황제 출장 조사'라는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권력자가 요청한 장소에서 전례없는 조사방식을 수용해 논란을 일으킨 수사팀 책임이 작지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검찰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재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김 여사 조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비판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과거 정부에서 검찰 내부의 '항명' 사태는 정권의 수사외압을 막아주지 못하는 검찰 수뇌부에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면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부 검사들이 이 지검장과 함께 검찰총장을 따돌리는데 가담했습니다.

이달 초 검사들은 야당의 검사 탄핵 추진에 반발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상당수 검사들이 벌떼처럼 나서 야당을 성토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반성은커녕 검찰총장에게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하는 모양새입니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김 여사를 수년 째 불러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검찰 내부망이든, 다른 통로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검사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이번 사태는 검찰이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새삼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중앙시평] 불행한 역사를 피하는 학습능력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이 무혐의 종결될 거라는 전망이 짙어집니다. 중앙일보 이현상 논설실장은 그런 결론이 났을 때 여론이 고개를 끄덕일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난처한 지경은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 같은 방안을 택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탄핵의 비극에서 교훈을 놓친 윤 정부의 서글픈 현실을 개탄합니다. 👉 칼럼 보기

[메아리] 이방인들과 함께 사는 법

저임금 외국인 가사 노동자 도입이 코앞에 닥쳤습니다. 한국일보 이왕구 전국부장은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최저임금도 노동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상황은 명백한 퇴행이라고 지적합니다. 선진국이 되면 지켜야 할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을 자국내 '소비자 편의'라는 명목으로 피해 갈 때의 국가의 위신 추락을 정부는 모른 척하겠다는 건지 묻습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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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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