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 낯부끄럽지 않나
탄핵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과 후보들 지지율이 지리멸렬한데다 기대했던 후보 토론회도 흥행몰이에 실패한 데 따른 반응입니다. 특히 대선 경선 토론회에 도입한 예능적 요소가 조기 대선에 임하는 치열함과 진지함을 반감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내란옹호당'이라는 오명을 씻고 윤석열 및 반탄세력과 단호히 선을 긋지 않는한 국민 다수로부터 외면받을 거라는 분석이 보수진영에서도 나옵니다.
대선 경선의 하이라이트인 토론회부터 전략 부재를 드러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처음부터 후보들 간에 '찬탄' '반탄' 논쟁을 지양하고, 중도층과 청년세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예능적 요소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짰습니다. 탄핵 논쟁이 당과 보수진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가장 불꽃이 튀어야할 주도권 토론을 축소하고, 후보들을 앉은 자세에서 발언하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조기 대선 국면을 초래한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실종됐습니다. 보수의 가치나 미래구상도 제시하지 못했고 오로지 '반이재명'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예능식 진행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했습니다. 후보가 의자를 먼저 선점해 정하는 예능에서의 '의자 뺏기' 게임을 사용한 것도 그렇고, 밸런스게임을 도입한 두 차례의 토론회도 억지웃음을 유발하고 경선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바퀴벌레'와 '자동차 바퀴' 중에서 어떤 것으로 다시 태어나겠느냐는 질문이나 '검사사칭범'(이재명 비유)과 '입시비리범'(조국 비유) 중 누구를 변호사로 선임할지를 묻는 대목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토론회가 예능처럼 진행되다보니 후보들 간의 질문도 수준 이하였습니다. 홍준표는 한동훈에게 '키높이 구두' '생머리, 보정속옷'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 한동훈으로부터 "유치하다"는 말을 들었고, 안철수는 김문수에게 AI를 아느냐, 모르느냐는 공세를 주고받았습니다. 홍준표는 청년들이 꼭 질문해달라고 했다고 하고, 국민의힘도 예능 도입을 청년층 관심이라고 둘러대는데, 청년층에선 젊은세대에 대한 모욕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청년세대가 진지함은 없고 가벼운 것만 추구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한가하게 예능을 즐기는 사이 당밖에선 황당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은 지난 19일 '윤어게인' 신당을 추진 중인 변호사들을 집에 불러 식사했는데 그 자리에서 "아버지처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극우집회를 주도하는 전광훈은 대선 출마선언을 하면서 "윤석열을 통일대통령으로 복귀시키겠다"는 허황된 주장을 늘어놓았습니다. 이 와중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외신 인터뷰에서 출마 질의에 '노코멘트'라며 대망설을 키우는 양상입니다.
국민의힘이 당내 갈등에 극우세력의 선동에 발목잡힐 위기에 놓인 것은 자업자득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탄핵 정국 내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내란을 적극 옹호했고 윤석열을 감쌌습니다. 의원들은 전광훈 극우집회에 참석해 그의 존재감을 키워줬다가, 이제 되치기 당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전광훈은 "이재명을 당선시켰으면 시켰지 국민의힘 후보 8명을 절대 당선시키지 않겠다"고 고춧가루를 뿌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과 대선 주자들은 '내란옹호당'이라는 오명을 씻겠다는 확실한 의지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대선은 포기한채 대선 후의 당권 경쟁에 더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중도층을 겨냥하기보다는 강성 지지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수권정당은 고사하고 보수 궤멸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가 보수진영에서도 나옵니다. 윤석열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나설 대표주자를 뽑는 경선이지만 여전히 '반탄'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는 사실만 드러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선 국민의힘은 백약이 무효입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습니다. 한국일보 김희원 뉴스스탠다드 실장은 국민의힘의 행태는 대선은 포기했다 쳐도 총선에서조차 자리 보전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보수 개신교와 유튜버에게 잘 보여 정치생명을 부지하고 당권에 매진해 공천권을 꽉 쥐고 연명할 심산이냐고 따집니다. 👉 칼럼 보기
[양권모 칼럼] 망상의 끝판, '윤 어게인'
윤석열의 '새 길 찾기' 망상이 신당 창당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경향신문 양권모 칼럼니스트는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의 진짜 '어게인'은 턱도 없지만 망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극우 세력을 선통해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윤 어게인' 미몽이 박살나려면 국민의힘이 무너져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이 재건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