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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영장 기각, 한동훈-이원석 책임 불가피하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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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27일 기각되면서 검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영장실질심사가 사법적 최종 판단은 아니지만 구속 여부가 일차적인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2년 가까이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는데도 구속에 실패한 것은 '정치 수사'였음을 자인하는 꼴입니다. 야당에선 검찰 수사를 사실상 이끈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에 대한 문책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이례적으로 긴 영장 기각 사유서는 사실상 검찰 수사의 완패를 의미합니다. 범죄의 상당성과 소명과 관련해 유 부장판사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힌 것은 이 대표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는 얘깁니다. 검찰의 백현동 개발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검찰의 증거인멸 우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영장심사에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은 경우 재판에서도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은 게 일반적입니다. 재판에서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사실 그동안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는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압수수색이 수백 차례였고, 검찰 소환도 6차례나 실시됐습니다. 동원된 검사만도 수십 명이고 서울중앙지검의 특수수사 부서가 총동원되다시피 했습니다. 통상 아무리 큰 사건도 두 달 이상 넘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에 비춰 '정적 죽이기'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대선 직후부터 시작된 수사는 아직도 매듭을 짓지 못한 상태입니다.

수사 실패의 책임은 우선적으로 한 장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 장관은 이 대표 수사와 관련해 사실상의 수사 지휘를 해왔다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시각입니다. 자신의 측근들을 전지배치시켜 수사를 맡기고 수사 상황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를 잠정적 범죄자 취급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 대표를 '잡범'으로 비유하고, 단식을 '자해'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인 법무부 장관으로서 중대한 일탈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한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평소 인사 스타일로 볼 때 불문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민주당은 한 장관 탄핵안을 발의할 거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수사 실패에 대한 여론을 명분으로 하면 손쉽게 국회를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한 장관 직무가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 등 이 대표 수사 지휘부에 대한 문책 여론도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이 대표 수사를 맡고 있는 검사 16명의 실명과 11명의 사진을 넣은 웹자보를 만들어 온라인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좌표찍기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무리한 수사로 판명난 이상 수사 실무진 교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그간 봐주기 의혹이 일었던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과 처가의 각종 비리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윤 대통령도 일정 정도 타격이 예상됩니다. 검찰이 이 대표 수사를 몰아친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뜻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검찰을 활용해 야당의 정치력에 타격을 입히는 방식을 사용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이런 국정 운영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윤 대통령의 레임덕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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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