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계엄문건'은 누가 작성했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문건의 작성자로 알려진 가운데 김용현 참모들이 잇따라 부정적인 진술을 내놓으면서 이에 대한 의문이 커집니다. 참모들 진술뿐 아니라 김용현이 계엄문건을 직접 작성한 당사자가 아닐 거라는 정황도 다수 나타납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관여했을 거라는 의혹에 더해 '김건희 라인'이 깊숙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1호, 국무위원들에게 전달된 문건 등은 내란 사태의 핵심 자료라는 점에서 실제 작성자가 누군지를 밝히는 것은 중대한 과제입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에서 김용현을 수행했던 김철진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김용현이 컴퓨터작업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그는 '김용현이 컴퓨터 화면보호기 비밀번호도 모르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군사보좌관은 국방부 장관의 보고서 대부분을 사전 검토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참모라는 점에서 이런 진술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김용현은 헌재 탄핵심판에 출석해 최상목 기재부 장관에게 건네진 문건을 직접 작성했다고 했지만 사용한 워드 프로그램은 모르겠다고 얼버무렸습니다. 컴퓨터 다룰 줄도 모르고, 사용한 적도 없고, 문건 작성 프로그램도 모르는데 계엄 문건을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심이 가는 곳은 대통령실입니다. 21일 김철진 보좌관과 함께 국정조사에 출석한 김용현의 부관인 김으뜸 소령은 김용현이 비상계엄 당일 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에게 준 포고령 봉투에 '대통령실'이라고 적혀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소령은 김용현이 그 봉투를 계엄 전날부터 들고 다녔다고도 했습니다. 대통령 관여 의심을 더 키우는 대목은 포고령과 국무위원들에게 전달한 문건 내용입니다.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 처단'이나 최상목 문건에 들어있는 '예비비 확보, 국회 보조금·지원금 차단' 등은 해당 분야를 잘 알지 않고는 포함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문건에 있는 비판언론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엄 후 주요 부처 조치 사항을 담은 문건은 이들 외에 국무총리, 외교부장관, 경찰청장 등 다수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종합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정리할 수 있는 곳은 대통령실밖에 없습니다. 당사자는 부인했지만 최상목에게 문건을 전달한 실무자가 대통령실 비서관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현재 대통령실 참모들 가운데 계엄선포문이나 포고령, 국무위원들에게 전달된 문건을 봤거나 관여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실제 그런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실이 관여됐다 하더라도 의문은 남습니다. 김용현이 굳이 대통령실을 감싸고 나설 이유가 있느냐는 겁니다. 포고령 등 계엄 문건 작성으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올 혐의가 가중될 거라는 사실을 모를리 없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습니다. 김용현 입장에서 보호해야 할 사람은 윤석열과 김건희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야권에선 '김건희 라인' 개입설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아닌 김건희 비선에서 계엄 문건 작성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견해입니다.
김건희 비상계엄 개입 의혹은 계엄 전날과 당일 조태용 국정원장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계엄령이 발동된 12월3일이 명태균씨가 기소된날이라는 점에서 검건희가 계엄의 배경이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건희에게 대통령 경호처의 비화폰이 지급됐고, 윤석열이 지난해 3월부터 주위에 '비상대권' 얘기를 많이 꺼내기 시작했는데 이를 김건희가 모르고 있었을리 없다는 추측이 더해졌습니다. 최상목에게 문건을 전달한 사람이 '김건희 라인' 비서관이라는 소문도 돕니다.
윤석열이 계엄문건을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이 25일 헌재 마지막 변론에서 최후 진술문을 직접 작성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듯이, 윤석열은 연설문 성격에 따라 자신이 대부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계엄 선포문에서 야당 등 반국가세력의 패악질 운운하며 거칠게 비판한 대목은 평소 윤석열의 언어 그대로입니다. 포고령과 국무위원 문건도 윤석열이 단순히 검토만 한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작성했을 수 있습니다. 계엄문건 작성 주체와 경위를 둘러싼 보다 면밀한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윤석열이 파면되더라도 12.3 내란 사태 후유증 치료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국일보 김희원 뉴스스탠다드 실장은 대통령과 헌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넘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나와 다른 다양성을 수용하고, 정파성과 무관하게 사실을 인정하며, 무력 아닌 타협이라는 정치적 해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똑똑! 한국사회] '망상 계엄'의 끝을 향하여
윤석열 탄핵 사태를 통해 부정선거라는 망상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강병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의학적으로 망상에는 약이 없지만 헤어날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재해석해 행동을 바꾸면 된다고 진단합니다. 그것이 곧 당신의 운명이고, 공동체의 운명이기도 하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