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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출마 '꽃길' 내주곤 부산엑스포 문책 인사라니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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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가 19일 단행됐지만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여권에선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후 외교안보 진용을 쇄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런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외교분야 주무장관인 박진 외교부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고, 외교안보 컨트럴타워인 조태용 안보실장은 정보수장 자리를 꿰찼습니다. 앞서 정부 엑스포 유치를 총괄한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보고 책임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도 유임됐습니다. 국가적 망신을 산 이번 엑스포 사태에서도 결국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입니다.

여권에선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후 외교∙정보라인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엑스포 유치 오판은 대통령실과 정부부처의 정보수집·분석·판단에 총체적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통령실 내부에서부터 심각한 수준의 국정 정보 오판이 발생한데 대해 김대기 비서실장 책임론이 불거졌습니다. 하지만 김 실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후문만 남기며 문책론이 사라졌습니다.

이후 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은 박 장관 등 외교라인에 집중됐습니다. 박 장관은 당초 총선용 개각에서도 유임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책임을 물어 경질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와함께 민심수습용으로 외교안보라인 2기 인선이 단행될 것으로 예고됐습니다. 실제 19일 발표된 인사를 보면 박 장관은 교체돼 언론에선 문책 인사라는 평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을 출마가 굳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박 장관도 "국민의힘이 민심을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여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외형적으론 부산엑스포 유치 책임을 물은 것처럼 포장하고, 뒤로는 강남 출마라는 '꽃길'을 열어준 셈입니다. 윤 대통령이 최근 네덜란드 국빈방문에 박 장관을 동행시킨 것도 '문책론'을 무색하게 했습니다.

정부 고위직들이 책임을 피하는사이 엑스포 유치에 동원됐던 실무 공무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직속 엑스포 유치지원단에는 외교부, 산업부 등 수십 명이 파견 근무를 해왔는데 조만간 실시될 복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근무했던 부서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겁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해 외신들이 여러 비판을 쏟아냈지만 미국의 외교매체 <디플로매트>는 "한국의 외교, 전략, 정보가 모두 뒤죽박죽이었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혹평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행된 이번 외교안보라인 인사는 무능·무책임 외교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외교진용 쇄신을 한다면서 엑스포 유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외교라인 수장을 처참하게 무너진 정보분야 책임자인 국가정보원장으로 발탁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도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가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철저한 책임자 문책이 요구됩니다. 대통령의 사과 한 마디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어디에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점검하고 책임을 묻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기는 걸 보면 외교영역에서 이런 식의 오산이 계속될 거라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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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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