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 잊혀졌나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채 상병 사건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치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논의가 사라졌고, 언론에서도 후속 보도가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수처의 외압 의혹 수사도 좀처럼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시민사회에선 'VIP 격노설' 등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데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회견에서 채 상병 사건에 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눈길을 끈 대목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선 전부터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휴대전화로 들어온 문자에 대신 응답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후 국정에도 개입했을 정황을 시사하는 것으로, 항간에 떠도는 채 상병 외압의 진원지가 김 여사라는 의혹에 불을 당겼습니다. 지난해 8월2일 우즈베키스탄 출장중이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 휴대폰에 한남동 관저에서 휴가중이던 윤 대통령의 휴대폰번호가 찍혔는데, 통화 당사자가 김 여사가 아니냐는 의문입니다.
의혹은 커지고 있지만 '채 상병 특검법'은 동력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등 야권이 지난달 3일 네 번째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처리할 움직임은 없습니다.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도록 바꿔 국민의힘 이탈표를 노리겠다는 전략이었으나 호응이 없자 멈춰선 상황입니다. 민주당의 관심이 온통 '김건희 특검법'에 쏠린 것도 동력이 떨어진 이유입니다. 민주당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에 관심이 없어보인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태도는 무능과 무책임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약속한 한 대표는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입니다.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구체적 설명없이 "입장이 바뀐 게 없다"고만 했습니다. 민주당이 한 대표 제안을 수용한 새로운 안을 제시했는데도 묵묵부답입니다. 친한계에서도 채 상병 특검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지 오랩니다.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중인 공수처는 몇 달째 용산 문턱에서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지난 5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소환 이후 수사에 손을 놓고 있는 모습입니다. 수사 인력 부족을 호소하지만 공수처 안팎에선 윤 대통령 등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최근 공수처가 인력 증원을 통해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으나 사건 발생 이후 1년 넘도록 가시적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뒤늦은 인력 보강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이 벽에 부닥치자 민주당은 국정조사 추진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입니다. 오는 28일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본회의에 올릴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조사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필요없어 국회에서 통과만 되면 실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실 관련자들이 출석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국정조사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시민사회에선 '김건희 특검법'도 중요하지만 채 상병 사망 진상규명도 공력을 쏟아야 한다고 야권에 주문합니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에 필요한 법적근거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채 상병 외압 의혹 규명을 늦출 수 없다는 얘깁니다. 윤 대통령이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중도하차 여론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야권이 추진 중인 상설특검을 채 상병 사건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낼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한 마디로 특검만은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동아일보 정용관 논설실장은 이번 회견은 나름대로 깊은 검토를 거쳐 전략적 계산에 따라 이뤄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합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은 두루뭉술하게 눙치고 넘어가면서 '여사 특검'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얘깁니다. 👉 칼럼 보기
[아침햇발] "나는 금투세 내겠소", 듣고 싶었던 그 말
금융투자소득세 법안이 시행을 코앞에 두고 폐기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봉현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은 세계 곳곳의 부자들 가운데 세금을 지금보다 더 내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반면 한국의 자산가들은 돈 모아 집 사는 일에 좌절해 금융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젊은이들을 볼모삼아 금투세를 무산시켰다고 비판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