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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KBS사장' 돼도 수신료 분리징수 할까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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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윤석열 정부가 KBS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도록 관련부처 법령 개정을 지시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같은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분리징수 주장을 접고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현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합니다. 분리징수는 명분이고 실제론 총선을 앞두고 입맛에 맞지 않는 KBS 경영진과 보도 프로그램을 길들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선 하반기에 KBS 경영진이 보수성향의 인사로 교체되면 수신료 분리징수가 유야무야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런 분석은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졌던 과정에서도 확인됩니다. 집권 직후 KBS 장악에 나선 이 전 대통령은 정연주 당시 사장을 몰아내고 자신의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을 앉혔습니다. 김 사장은 취임 때 수신료 인상을 약속했고, 이명박 정부는 그를 지원하기 위해 기존의 수신료 분리징수 주장을 접고 거꾸로 수신료 인상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김 사장 취임 후 KBS가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수신료 인상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현 여권 내에서도 KBS사장이 교체되면 수신료 분리징수를 굳이 시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KBS 재원에서 수신료 비중이 거의 절반에 이르는 상황에서,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의 경영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입니다. 어차피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인물이 사장이 되면 정권에 우호적으로 돌아설 KBS를 위축시킬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수신료 인상을 추진할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정부가 수신료제도 개편에 발벗고 나선 이유는 명확합니다. 아직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았고, KBS 경영진도 친정권 인사들로 교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부 의도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모든 교체작업이 마무리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때까지는 KBS에 돈줄을 죄겠다는 압박을 가해 방송을 길들이겠다는 게 여권의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여권에선 수신료 분리징수 조사 결과를 들어 KBS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대통령실은 "국민참여 토론과정에서 수신료 폐지 의견이 제기된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영방송 위상과 공적책임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도 권고안에 담았다"고 했습니다. 현 경영진이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정책에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분리징수가 현실화되면 KBS는 공적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니 물러나야 한다는 겁니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해 KBS를 흔든 당사자가 정부라는 점에서 본말이 전도된 셈입니다.

수신료 징수와 분리징수 문제는 이미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대법원은 2016년 수신료 통합징수 관련 소송에서 현행방식에 대해 "적법하다"며 필요성과 효율성을 인정했습니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1999년과 2008년 수신료 징수의 정당성을 확인했습니다. 당시 헌재는 "수신료는 KBS의 원칙적인 재원으로서 방송의 자유를 실현함에 있어서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공영방송이 국가나 각종 이익단체에 재정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라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징수방식 개선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는 점을 핵심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조작가능성 등 문제점이 다수 드러난 데다, 돈을 더 낼지 덜 낼지 여론을 묻는 것 자체가 시쳇말로 '답정너'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세금의 납부도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공영방송 조기 장악 의도가 너무나 뻔히 보인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사사건건] 헌법에도 없는 대통령 거부권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보도가 논란을 불렀습니다. 사법부 독립성과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국일보 남상욱 사회부 차장은 거부권이 거론되는 이유 자체도 마뜩잖다고 합니다. 특정 후보의 이념성향 때문이라는 건데, 대법관은 '대통령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 칼럼 보기

[세상읽기] 진보는 보조금으로 오지 않는다

정부가 시민단체 보조금 비리를 발표하고 지원금을 줄이겠다고 발표해 시민사회 경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시민단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부추기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시민단체의 생존이 '당근과 채찍'에 결판나지 않으려면 풀뿌리로부터 자원이 모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참여를 촉구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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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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