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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가 왜 필요한지 보여준 판검사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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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대장동 50억 클럽'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법왜곡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법령과 법리를 잘못 적용하거나 일반적인 법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주가조작의 뚜렷한 증거에도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우인성 판사가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무죄를 선고했을 때도 이런 여론이 비등했습니다. 더구나 명씨 사건 재판장인 김인택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판결 전날인 지난 4일 기업 관련자로부터 해외 골프 여행 경비를 받은 혐의로 약식기소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법관이 개인 비위 의혹으로 기소된 상태에서 사회적 파장이 큰 선고를 강행한 것이어서 논란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법왜곡죄는 판·검사 등이 법을 잘못 적용하는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현재 본회의 문턱까지 올라간 법안입니다. 형법 개정 사항인 이 법안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거나, 은닉·위조 등 불법 증거를 재판이나 수사에 사용하는 경우,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사용하는 등 논리·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 등 세 가지 유형을 '법왜곡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논란이 되는 판결은 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곽 전 의원 판결은 법령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오세용 부장판사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에 대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며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1심에서 뇌물 혐의로 무죄가 난 사안을 혐의를 바꿔 다시 기소한 게 잘못됐다며 새로 기소된 혐의를 아예 판단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오 판사는 곽 전 의원 아들에 대해서도 부자 간 "공모 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곽 전 의원 아들이 김만배로부터 받은 50억원은 검찰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회의원을 지낸 부친의 후광과 무관하지 않은 데도 이를 외면했습니다. 법원이 뇌물죄와 알선수죄, 범죄수익 은닉 등 모든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했다는 의심을 갖게 합니다.  

창원지법 김인택 부장판사의 명씨 무죄 판결은 더 심각합니다. 재판부는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돕거나 지방선거 공천 추천과 관련해 거액을 받은 행위 등을 '정치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자금법은 정치 활동에 소요되는 모든 정치 자금에 적용되는 법률인데, 명씨의 행위가 정치 활동이 아니어서 해당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명씨가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위해 힘쓴 사실은 온 국민이 들은 윤석열 녹취록 등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바 있습니다.  

재판부가 정치자금법 판단을 잘못하니 세부 내용도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 수두룩합니다. 이른바 '세비 반띵'은 명씨가 김 전 의원 사무실에서 받은 급여라는 건데, 정해진 급여를 10원짜리까지 따져 절반으로 나누는 건 상식에 반합니다. 지방선거 공천 헌금으로 의심가는 돈은 차용증을 썼으니 괜찮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지만 명씨가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에게 "왜 차용증을 썼느냐"고 나무랐다는 진술은 외면했습니다. 국민의힘 공관위에서 투표로 결정해 문제 없다는 공천 의혹도 "김영선이 좀 해주라고 했다. 윤상현에게 한번 더 얘기하겠다"는 윤석열의 전화 통화 증거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더 큰 논란은 법령을 엉뚱하게 해석한 선행 판결로 앞으로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곽상도 판결에서 보듯 거액의 뇌물을 권력자가 아닌 자제에게 줬을 때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명태균 판결에서도 법원이 전형적인 '정치 브로커' 명씨의 활동을 사실상 인정함으로써 6월 지방선거와 총선 등에서 정치 브로커들이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도록 길을 터줬습니다. 지방선거 예비 후보들로부터 금품을 받아도 위장 차용증을 쓰거나, 공관위 구성 전이라면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공천심사위에서 토론과 투표를 거치면 사전에 권력자가 어떤 내락을 해도 무방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명씨 1심 판결대로라면 김경 전 서울시 의원과 강선우 민주당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판사와 함께 '법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검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곽상도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은 여론에 떠밀려 늑장 수사를 벌인 데다 노골적인 봐주기로 일관해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일찌감치 입수한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에는 곽 전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방법을 두고 두 사람이 고민하다 서너차례 나눠서 줘야 한다고 말하는 등 매우 구체적인 정황까지 들어 있었는데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명씨 사건을 수사,기소한 창원지검도 화살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창원지검은 선관위로부터 고발된 이 사건을 검사도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가 논란이 되자 9개월이 지나서야 형사부로 재배당했습니다. '친윤' 성향의 정유미 창원지검장은 이 사건을 기소할 때 윤석열을 제외하고 명씨만 기소해 봐주기 의혹이 일었고, 결국 민중기 특검에서 윤석열을 기소했습니다. 당시 창원지검이 명씨에 대해 공직선거법이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도 윤석열을 빼주려는 고육지책이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법왜곡죄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한계는 있습니다. 우선 소급입법이 안 돼 지금까지 논란을 일으킨 판·검사들에게는 적용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처벌 대상 행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점도 논란입니다. 개정안에 적시된 '의도적인 법령 잘못 적용' 문구에서 의도성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입니다. 국민 다수가 보기에 문제가 있는 판결이라도 당사자인 판사나 검사가 소신에 따라 처리했다고 주장하면 이를 뒤집을 증거 확보가 어렵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현재 민주당내에서 구체성과 명확성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거듭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법왜곡죄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예방효과 때문입니다. 법왜곡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독일의 경우 처벌 사례가 극히 드문데도 이를 유지하는 이유는 판사들이 이 법을 의식해 정확하게 판결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서입니다. 법조계에선 우리도 법왜곡죄가 생기면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판결이 상당히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법왜곡죄는 2016년 고 노회찬 의원이 제안한 이래 여러 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내란 이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이 법왜곡죄 도입의 적기로 보입니다.

더 큰 논란은 법령을 엉뚱하게 해석한 선행 판결로 앞으로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곽상도 판결에서 보듯 거액의 뇌물을 권력자가 아닌 자제에게 줬을 때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명태균 판결에서도 법원이 전형적인 '정치 브로커' 명씨의 활동을 사실상 인정함으로써 6월 지방선거와 총선 등에서 정치 브로커들이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도록 길을 터줬습니다. 지방선거 예비 후보들로부터 금품을 받아도 위장 차용증을 쓰거나, 공관위 구성 전이라면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공천심사위에서 토론과 투표를 거치면 사전에 권력자가 어떤 내락을 해도 무방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명씨 1심 판결대로라면 김경 전 서울시 의원과 강선우 민주당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판사와 함께 '법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검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곽상도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은 여론에 떠밀려 늑장 수사를 벌인 데다 노골적인 봐주기로 일관해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일찌감치 입수한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에는 곽 전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방법을 두고 두 사람이 고민하다 서너차례 나눠서 줘야 한다고 말하는 등 매우 구체적인 정황까지 들어 있었는데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명씨 사건을 수사,기소한 창원지검도 화살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창원지검은 선관위로부터 고발된 이 사건을 검사도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가 논란이 되자 9개월이 지나서야 형사부로 재배당했습니다. '친윤' 성향의 정유미 창원지검장은 이 사건을 기소할 때 윤석열을 제외하고 명씨만 기소해 봐주기 의혹이 일었고, 결국 민중기 특검에서 윤석열을 기소했습니다. 당시 창원지검이 명씨에 대해 공직선거법이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도 윤석열을 빼주려는 고육지책이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법왜곡죄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한계는 있습니다. 우선 소급입법이 안 돼 지금까지 논란을 일으킨 판·검사들에게는 적용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처벌 대상 행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점도 논란입니다. 개정안에 적시된 '의도적인 법령 잘못 적용' 문구에서 의도성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입니다. 국민 다수가 보기에 문제가 있는 판결이라도 당사자인 판사나 검사가 소신에 따라 처리했다고 주장하면 이를 뒤집을 증거 확보가 어렵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현재 민주당내에서 구체성과 명확성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거듭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법왜곡죄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예방효과 때문입니다. 법왜곡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독일의 경우 처벌 사례가 극히 드문데도 이를 유지하는 이유는 판사들이 이 법을 의식해 정확하게 판결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서입니다. 법조계에선 우리도 법왜곡죄가 생기면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판결이 상당히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법왜곡죄는 2016년 고 노회찬 의원이 제안한 이래 여러 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내란 이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이 법왜곡죄 도입의 적기로 보입니다.

[아침햇발] 곽상도는 그날 사법을 비웃었다

'대장동 50억 클럽'의 한명인 곽상도 전 의원 부자 무죄 판결이 국민들을 분노케 만듭니다. 이춘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법원에서 면죄부를 받은 뒤 기자들 앞에서 지은 함박웃음은 이 나라 사법시스템에 대한 조롱으로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검찰 수사에서부터 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어딘가 단단히 고장나 있다며 사법이 권력자 비리를 단죄하지 못한다면 '사법정의'가 아니라고 일갈합니다.👉 칼럼 보기

[칼럼] 대한상의 보도자료 '참사', 고의성이 의심되는 이유

무거운 상속세로 고액자산가 이민이 늘고 있다는 내용의 대한상의 보도자료 파문이 일파만파입니다. CBS노컷뉴스 이재웅 논설위원은 대한상의가 인용한 영국의 업체 신뢰성은 물론 통계가 허술해 가짜뉴스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대한상의가 기업인들의 이익을 위해 해외자료를 거짓으로 가공해 상속세에 꿰맞춘 뒤 여론조작에 활용했다면 범죄행위나 다름없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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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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