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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어부지리?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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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해 주목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선투표가 실시될 경우 안철수 의원이 김기현 의원을 이기는 결과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결선투표 도입 이유가 '친윤' 후보의 안정적 당선을 위한 것인데 이대로라면 안철수 의원만 좋은 일을 시켜준 꼴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지금까지의 전략을 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MBC 여론조사에서 김기현과 안철수 양자 대결 시 안 의원이 43.8%로 김 의원(37.6%)을 앞섰습니다. 김기현∙나경원 양자 대결에선 김 의원이 42.8%로 나 전 의원(33.8%)을 앞섰고, 안철수∙ 나경원 양자 대결에선 안 의원이 50.4%로 29.8%를 기록한 나 전 의원을 따돌렸습니다.결선투표가 이뤄지면 안철수>김기현>나경원 순으로 유리하다는 얘깁니다. 반면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선 김기현 의원이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김기현>안철수>나경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김기현의 지지율은 과반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김기현이 1차투표에서 끝내지 않으면 안철수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또하나는 나경원 전 의원은 어느 경우든 당 대표 당선이 어려워 보인다는 점입니다. 1차투표에서 2위 안에 들어 결선투표까지 간다는 보장도 없고 설사 결선투표에 오르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낮습니다. 물론 나 전 의원이 출마선언을 공식화할 경우 여론 지형이 변화할 수 있고, 그도 이 점을 기대한다고 측근들은 전합니다.

결국 전당대회의 키는 나 전 의원이 쥐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먼저 나 전 의원이 출마해 3파전 양상이 되는 상황입니다. 여론조사 1,2위인 김기현과 안철수 모두 나경원과 손잡기를 원할 텐데 누구와 연대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윤심'을 업고 있는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을 끌어안으려면 퇴로를 열어줘야 합니다. 이는 김 의원 차원이 아니라 대통령실과의 긴밀한 협의를 전제로 합니다. 여권 일각에선 나 전 의원에게 총선 공천을 제안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나 전 의원으로선 출마선언 후 지지율이 급격히 호전되지 않으면 이 시나리오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나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김 의원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는 상황도 거론됩니다. 여권으로선 나 전 의원이 출마하면 현재의 구도가 흔들리기 때문에 아예 변수 자체를 만들지 않기를 원합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 귀국 후 '친윤'과 나 전 의원 간의 접촉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납득할만한 명분이 제시됐다면 나 전 의원이 김기현 지지를 선언하며 출마를 접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경원-안철수 연대설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나 전 의원으로선 '친윤'의 거센 압박을 이겨내야 하고 당선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안 의원으로서도 나경원과의 단일화는 승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입니다. 1차투표에서 두 사람이 김기현의 과반 당선을 막고, 결선투표 전에 단일화가 성사되면 승산이 있습니다. 이런 전략에서 안 의원은 연일 나경원을 향해 구애하고, 나 전 의원 측에서도 화답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수도권 필승론 등 가치나 방향에 대한 연대는 가능하다"고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전당대회 판세 예측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당원 구성입니다. 현재의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 조사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8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승리한 2021년 6월 전당대회 때(28만 명)와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20~40대 비율이 30%나 되고, 지역은 과거처럼 TK에 집중돼 있지 않고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수도권 37%, 대구·경북 22%, 부산·울산·경남 19%). 결국 당원들 표가 어디로 쏠릴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안철수 어부지리론까지 나오는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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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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