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출마 길 열리나
나경원 전 의원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로 선거 구도가 급변한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와 함께 잠행에 들어가 출마를 접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나 전 의원이 비윤 진영의 선봉장으로 부상하면서 유 전 의원의 존재감이 크게 낮아진 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의 등판 포기로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유 전 의원의 입지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후보 등록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의 판세 변화가 관건이라고 지적합니다.
유 전 의원은 이달 중순께부터 숙고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지난 11일 대구의 한 언론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가) 제 정치적 소명이 맞느냐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고 있고 확신이 들면 결심을 밝히겠다"고 밝힌 뒤 보름 넘게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눈에 띄게 하락세가 나타났습니다. 설 전후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했을 때 김기현, 안철수, 나경원에 이은 4위를 기록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지율도 10% 이하에 그쳤습니다.
유 전 의원을 도왔던 현역 의원의 이탈 조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48명이 참여한 '나경원 규탄' 성명서에는 과거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3명의 의원(강대식·김병욱·신원식)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차기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유승민 색깔 빼기'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신 의원은 아예 "(유 전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유 전 의원 쪽에서 선거 캠프 구성 등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불출마 전망을 부추겼습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국면이 달라질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친윤(친윤석열계) 대 반윤 구도가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노골적인 전당대회 개입에 대한 불만이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기류를 이용해 유 전 의원이 등판해 계속 직격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가 대통령한테 잘 보이는 재롱잔치 비슷하게 돼 가고 있다"고 비판했고 얼마 전엔 "당 대표가 되면 윤심(尹心) 팔이, 윤핵관에게 절대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선 당원 투표 100%인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의 당선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나 전 의원 불출마로 활동 공간이 넓어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향후 표 확장성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유 전 의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유 전 의원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이 출마해 유의미한 득표를 올린다면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후보 간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유 전 의원 주변에선 그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설 연휴 직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나갔을 거면 벌써 이야기 했을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이 전 대표는"유 전 의원이 출마하면 훨씬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지난번 경기지사 선거 때 너무 빨리 나서면서 쓴맛을 본 기억이 강해 이번엔 후보 등록 직전에 가서야 출사표가 나올 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유 전 의원 출마의 관건은 지지율 변화가 될 걸로 보입니다. 나 전 의원 불출마 선언 후 자신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다면 출마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 전 의원은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0일 "올해는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어느 해보다 큰 상황이라 마음이 더 무겁다"는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유 전 의원이 등판할 경우 출마의 변은 그의 언급대로 "새해 우리 정치가 민생을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는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는 내용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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