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무효 판결이 부른 '역설'
윤석열 항소심 유죄 허위사실 공표 혐의,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과 동일
국힘, 397억 반환 피하려 민주당 추진중인 '이재명 면소법' 동조할지 관심
민주당과 국민의힘 합의해도 '정치적 야합' 여론 비판 피할 수 있을지 의구심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으면서 이른바 '이재명 면소법'이 추진될 지가 관심입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조항에서 '행위'를 삭제해 유무죄 판단 없이 소송을 종결하자는 취지인데,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의 발의로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계류중입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 윤석열뿐 아니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대통령 재판도 면소의 길이 열리게 됩니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완강히 반대해왔으나 윤석열 유죄가 확정되면 397억원을 반환해야 상황이어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양당이 합의한다해도 '정치적 야합'으로 비칠 수 있어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면소법' 추진은 윤석열 사건과 재판이 중단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의 구조가 사실상 동일하다는 점이 배경입니다. 윤석열은 20대 대선 과정에서 변호사 소개와 건진법사 만남 여부 등 두 차례 발언이 4일 항소심 재판에서 허위사실로 인정됐습니다. 이 대통령도 같은 대선에서 백현동 개발 의혹과 김문기씨와의 골프 모임 등 발언으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상태입니다. 이 대통령 환송심에 대한 절차적 논란과는 별개로, 두 사건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위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윤석열 항소심과 이재명 대법원 판결은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후보자의 '행위'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은 '당선 목적으로 후보자 관련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자'에 대해 처벌한다고 규정돼있습니다. 윤석열 항소심 재판부는 "후보의 도덕성과 공정성을 판단할 중요한 정보를 허위로 말한 것은 유권자의 선택권 침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출생지나 직업, 재산과 달리 사람의 말과 행동을 광범위하게 포괄할 수 있는 '행위'는 적용 범위 예측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과거부터 제기돼왔습니다.
이 대통령 재판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부각됐습니다. 당시 소수의견을 낸 2명의 대법관은 “대법원이 허위사실 공표죄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발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과잉 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선거 과정의 공방 속에서 오가는 발언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사실과 의견이 혼재돼 있어 허위성을 명확히 가리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민주당이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 법이 통과되면 윤석열과 국민의힘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범죄 후 법이 바뀌어 처벌 근거가 사라지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건은 면소될 수 있는데, 대법원 확정 판결 전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윤석열 사건은 면소 대상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당선무효형 확정시 국민의힘의 397억원 반환 의무가 사라지게 됩니다. 올해 2월 기준 국민의힘 총자산은 1315억원으로 당선무효 확정시 반환해야 하는 397억원은 전체 자산의 3분의 1 규모에 달합니다. 민주당으로선 공직선거법 통과로 당의 물적 토대가 휘청거릴 수도 있는 국민의힘을 돕게 되는 셈입니다. 민주당은 득실을 따져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습니다.
두 사건의 선고 시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라 중지된 이 대통령 재판이 재개되기까지는 아직 3년 반이 남아있습니다. 반면 공직선거법 '6·3·3 원칙'에 따르면 윤석열 대법원 확정은 내년 1월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형이 확정되기 전에 서둘러 법을 바꿔야 하지만,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윤석열 확정 판결까지 기다렸다가, 이후 이 대통령 퇴임 전에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됩니다.
민주당이 이런 계산을 한다고 해도 실제 뜻대로 될지는 의문입니다. 여권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을 위한 '면소법' 처리에 국민이 얼마나 동의할지는 회의적입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수백억원에 이르는 선거 비용 반환을 하지 않기 위해 손을 맞잡고 '면소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여론이 순순이 보고 있을 리도 만무합니다. 법조계에서는 후보자 거짓말이 유권자 판단을 흐리는 일을 막으려면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처벌 범위가 너무 넓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왔습니다. 결국 '면소법' 추진은 국민 여론이 어느 주장에 더 힘을 실어주느냐에 달려있는 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적 올바름'을 거론하며 진보진영의 무책임을 의제로 올렸습니다. 정제혁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도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해결에 손을 놓아 지지를 잃은 미국 민주당 주류처럼 불평등 해소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 대통령이 '정치적 올바름'을 비판하며 동원한 '언행불일치' '이중잣대' '위선' 은 민주당의 행태에 더 들어맞는다는 지적입니다.👉 칼럼 보기
[안선희 칼럼] '유럽의 쇠락'이 한국 진보진영에 던진 숙제
프랑스 시위의 배경을 둘러싼 분석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분분합니다. 안선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장은 프랑스 청년 시위는 불평등 문제와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유럽의 쇠락'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고민을 안겼다고 말합니다. 탄탄한 경제와 높은 연대감에 기초한 견고한 복지라는 유럽의 전통적 모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유럽 복지국가를 지향점으로 삼아온 한국의 진보진영에 어려운 과제를 남겼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