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면직'... 총선 앞두고 언론 장악 급했나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조만간 재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점수를 낮추는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게 이유입니다. 임기를 불과 두 달 남겨놓은 한 위원장을 기소 사실만으로 면직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정치권과 언론계에선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 언론을 장악하려는 여권의 전략으로 풀이합니다. 최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방송 장악 시도와 포털 규제, 여론조사 기관 정비 등은 모두 총선 승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지금의 언론 환경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정부가 성과를 못 내는 것은 언론의 기울어진 구도가 원인 중 하나라는 인식이 깊습니다. 여권 인사들은 "언론을 좌파가 장악하고 있다" "공영방송에 '친문재인'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등의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이런 잘못된 진단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언론 지형을 바꿔야 한다는 확신으로 이어집니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 초반부터 3년 임기가 보장된 한 위원장에 대한 전방위적 사퇴 압박을 해왔습니다. 대통령실은 관례적으로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던 방통위원장을 회의에 부르지 않았습니다. 방통위의 신년 업무보고도 서면으로 대체됐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후 다섯 차례나 방통위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감사원도 지난해 7월 착수한 방통위 정기감사를 아직도 마무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한 위원장을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임기를 마치고 나가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여권이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KBS, MBC 경영진 교체입니다. 정부가 무리하게 한 위원장을 쫓아내려는 것도 KBS와 MBC 이사를 추천∙임명할 권한을 방통위가 갖고 있어서입니다. 경영진을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한 위원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셉입니다. 방송계에선 일찌감치 'KBS‧MBC 9월 위기설'이 돌고 있습니다. 신임 방통위원장이 임명된 뒤 공영방송 이사진을 교체하고 현 경영진을 교체하기까지 3개월 가량 걸릴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KBS, MBC 개편에 앞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편파성 논쟁을 확대시키는 모습입니다. 공영방송을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계열 등 진보인사들이 주름잡고 있다고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G7 정상회의 등 외교관련 보도에 민감한 반응입니다. 좌파로 편향된 TV·라디오방송과 좌파 패널 사례를 전수조사해 법적 조치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놨습니다. 언론계에선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권에선 언론에 대한 이런 압박이 효과를 얻고 있다고 자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국무회의 TV 생중계를 통한 대통령 메시지 전달 방식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기자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의 외교활동 등 국정운영과 관련한 취재가 제한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큽니다. 기자회견 등 대통령과의 소통이 두절된 것은 물론 취재가 아니라 자료를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방식이 고착화하는 양상입니다.

언론계에선 현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가 이명박 정부 때 모습과 판박이라고 지적합니다. 2008년 당시 정연주 KBS사장을 몰아내고 MBC도 PD수첩에 대한 검찰 강제수사로 탄압하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겁니다. 'MB식 언론 장악'은 2012년 KBS와 MBC, YTN 등 유례없는 공영방송 총파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대규모 기자 해직 및 징계 사태의 후유증은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당시 MB정부도 국정 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고 언론사에 오명으로 기록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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