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회한', 이재명의 '고뇌'
2009년 이라크 파병과 2026년 호르무즈 파병 여건 달라
안보·경제 영향, 전쟁 명분 등 버틸 수 있는 여력 지금이 커
파병 요청 수용해도 트럼프가 약속 끝까지 지킬지는 의문
정부의 호르무즈 해법 파병 검토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상황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와는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미국의 압박에 내몰린 상황은 비슷하지만 그 강도나 참전의 명분, 국제사회의 대응, 정치적 여건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변수를 고려할 때 이재명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보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압력을 버틸 수 있는 유리한 조건에 놓여있다는 게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대체적인 주장입니다. 이 대통령이 여론을 지렛대로 파병이 아닌 인도적 지원 등 비군사적 기여 방안을 찾아 미국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2009년의 이라크 파병과 2026년의 호르무즈 파병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이 처한 현실입니다. 이라크 파병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북핵 시설 폭격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실제 미국 고위관리가 노무현 정부 측에 "미국이 북한 영변 핵시설만 기습폭격하고 빠지만 어떻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정세불안을 이유로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해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는 등 경제에도 악영향이 나타났습니다. 한반도 전쟁 발발이 우려되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놓여있었습니다.
지금의 상황도 그때 못지 않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인 한미연합 훈련 축소와 우라늄 농축, 핵잠수함 관련 안보협상 미온적 태도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입니다. 관세 위협도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국익과 직결된 여러 사안을 고려할 때 미국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운 게 정부의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북미간 정상회담 추진 움직임 등 한반도 정세가 위기로 치닫는 상황은 아닙니다. 경제·외교적 측면에서도 당장 한국의 국익에 뚜렷한 피해가 발생하는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전쟁 명분이나 국제사회의 반응 등에서 이라크 전쟁과 이란 전쟁은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이라크가 9·11 테러를 지원했다는 점을 군사행동의 명분으로 삼았고, 유엔은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을 인정했습니다. 국제기구 등에서는 이라크 전쟁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지만 최소한의 법적,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란 전쟁은 이라크 전쟁보다 정당성 측면에서 크게 부족합니다. 전쟁을 하려면 미국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국제법상 선제타격 요건인 '즉각적이고 임박한 위협'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라크 전쟁과 달리 주요 동맹이 파병에 선뜻 동참하지 않은 건 그런 이유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당시 '국익'과 '정의' 사이에서 번민했습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명분이 확보된 전쟁인데도 그랬습니다. 당시 외교부가 파병 발표 초안에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때문에 치러지는 이번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나는 이 전쟁이 정의로운 전쟁인지 모르겠다"면서 그 표현을 쓰지 못하게 했다고 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노 대통령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우리 젊은이들의 고귀한 생명을 사지에 내모는 일은 할 수 없다"며 "국민들에게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이란 현실적 이해로 파병한다는 점을 솔직하게 밝히라고 지시했다"고 썼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심정은 자서전 '운명이다'에 상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은 옳지 않은 선택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옳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서 파병한 것이다. 때로는 뻔히 알면서도 오류의 기록을 역사의 남겨야 하는 대통령의 자리, 참으로 어렵고 무거웠다"고 말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언젠가는 옳지 않은 전쟁에 대한 파병 요청을 거절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고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의 무게가 저절로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 파병을 요구했던 부시와는 같은 보수 성향이라도 천양지차라는 점이 걸립니다. 부시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비교적 신의를 지킨 인물로 평가받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언제든 말과 행동을 바꾸는 사람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이번에 이재명 정부가 파병 요청을 수용한다해도 안보와 경제협상에서 현안을 일괄 타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이 고심해야 할 건 참전의 명분과 지지층 반발 말고도 트럼프 대통령이 장담했을지 모를 약속에 대한 신뢰성 판단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집권 이후 가장 어려운 시험대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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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해야
공익의 봉사자가 아니라 기득권 지키기에 모든 것을 거는 국회의원의 선수를 제한하자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헌법개정 이전에는 동일 지역구에서 4선을 금지하고, 헌법개정을 할 때 아예 '국회의원 4선 금지'를 명문화하자고 제안합니다. 국회의원이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도록 하고, 정치인의 세대교체를 활발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