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위헌 아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구속영장 기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입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위헌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위헌 주장은 헌법과 법체계를 의도적으로 협소하게 해석한 것으로 법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오히려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내란 사태의 조속한 종식과 헌정질서 수호를 위해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 등에서 제기하는 내란재판부 위헌 주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헌법에 근거없이 특별법원을 설치하는 게 명백한 위헌이라는 것과 결국 국회가 특정사건을 담당할 판사를 고르는 셈이어서 헌법에 보장된 법관 임명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헌법이 규정한 '사법부 독립'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어서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내란재판을 전담하는 재판부 설치는 새로운 종류의 법원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전제부터가 틀립니다. 기존에 설치된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 해당하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재판부를 설치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특별재판부 설치를 강제하는 조항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한 것으로, 법원의 사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와 헌법학자 다수의 견해입니다.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에서 대법원장이 아닌 별도의 추천위원회를 거치도록 한 것이 법관 임명권과 재판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민주당 등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더라도 전담재판부 판사는 여전히 대법원장이 임명하게 돼있습니다. 또한 내란재판부를 구성하는 법관은 별도의 자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소속 판사들 가운데 추천하도록 돼있습니다. 이처럼 이미 자격을 갖추고 대법원장이 임명한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건 당연한 논리입니다.
일부에선 내란재판부 설치법이 법원이 유지해온 '무작위 전산배당'과 배치돼 위헌적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법원이 재판 독립의 '만능키'처럼 주장했던 전산배당은 최근 내란 재판을 지귀연 재판부가 맡은 과정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뢰가 상실된 상태입니다. 당초 서울중앙지법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건을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판단해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사건'으로 지정했는데, 돌연 일반사건으로 바뀐 뒤 이후 경제·식품·보건분야 전문인 지귀연 재판부에 배당됐습니다. 이후 내란 관련 재판이 줄줄이 지귀연에 배당돼 사실상 '지정배당' 방식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 9월 '3대 특검' 사건 항소심 재판에 전담재판부 구성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서울고법은 전체 형사법관 간담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특검 사건 항소심에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법원행정처에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담재판부에는 일반 사건을 배당하지 않고 신속하게 집중심리 한다는 방향을 정했습니다. 법원 내부적으로도 내란 사건 전담재판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은 사법부가 자초한 것입니다. 지귀연 재판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재판 진행과 변호인들의 막무가내 행태, 영장전담 판사들의 잇단 영장 기각 등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입니다. 법원이 내란 재판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내란 발생 1년이 지나도록 단 한명의 내란범도 유죄 선고를 받지 않은 건 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법부가 먼저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을 수용해 적극 협조하는 게 헌법 수호 책무를 이행하는 길입니다.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주목됐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과는 끝내 없었습니다. 이영태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그나마 일부 의원들의 반성문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속보이는 정치공학적 사과에 그쳤다고 지적합니다. 정말 진솔한 반성이 있다면, 그날 계엄 해제 표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역사에 박제된 90명의 국민의힘 의원 하나하나가 '정치적 미투운동'이라도 벌였어야 마땅하다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똑똑! 한국사회] 내란이란 단절점 앞에서
내란 사태가 한국 정치사에서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작가 김내훈은 한국 정치와 관련이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평가와 판단에 단절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당과 정치인, 언론과 언론인, 논객 등 이들이 과거에 무슨 일을 했건, 어떤 메시지를 냈건 모두 잊어버리고 백지상태에서 내란 이후 보여준 정치적 실천과 발언을 근거로 새롭게 평가하고 규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