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법개혁안이 놓친 것

더불어민주당이 20일 본격적인 사법개혁의 깃발을 올린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선 여당의 사법개혁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사법개혁안이 대법관 증원 등에 집중되는 바람에 정작 본질적 문제인 '제왕적 대법원장제' 개혁은 빠져있다는 겁니다. 사법개혁을 촉발시킨 계기 중 하나인 법원의 '대선 개입' 논란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 행사에서 비롯된 만큼,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권을 분산시킬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시민사회에선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논의도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민주당이 이날 발표한 5대 사법개혁안의 핵심은 기존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입니다. 고질적인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법관 수를 늘려 사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민주당은 대법관을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이르면 2029년까지 증원을 마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밖에 대법관추천위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등도 제시됐습니다. 이들 방안은 사법부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방향은 옳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런 방안이 사법개혁의 의제로 삼기에는 빈약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대법관 정원 확대는 그간 법원과 학계 등에서 제기해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추진할 명분이 있지만, 나머지는 사법부 견제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는 미흡하다는 얘깁니다.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는 현재 진행 중이고, 압수수색 영장 사전신문제는 형사 절차 문제지, 사법개혁 과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관 추천방식과 법관 평가제도는 사회적 관심의 정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옵니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안으로 제시한 방안은 사법부가 국민의 민주적 통제를 받도록 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조희대의 난'으로 불리는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선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국민 주권을 박탈하려 한 유례없는 사태는 정치적 편견에 사로잡힌 조 대법원장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됐다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초고속 심리와 재판이라는 직권을 휘두를 수 있었던 배경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실제 조 대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건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시도했던 사법개혁 조처를 원래로 되돌렸습니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권한을 견제·감시하던 사법행정자문회의를 폐지했고, 법원 관료화의 핵심 기구라는 비판에 따라 축소됐던 법원행정처의 조직과 권한을 다시 복원했습니다. 법원장 추천제를 중단하고 법관인사 이원화를 무시한 채 고법 부장판사들을 지법원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진보정부에서 조금씩 진전됐던 사법개혁 시도가 조 대법원장 체제에서 뒷걸음질 쳤습니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의 이런 행태가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다시 구축함으로써 이번 내란 사태에서 그 문제점이 극단화된 형태로 표출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주도권을 갖기 시작하면서 대법관들이 일극체제에 포섭될 수밖에 없고, '판사 동일체'도 재현됐다는 분석입니다. 윤석열을 풀어준 지귀연 부장판사의 망동에 가까운 판결이 나온 것도 그런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한덕수 전 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영장 기각도 조 대법원장 취임 후 법원의 전반적인 기류를 드러낸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결국 사법개혁의 관건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권을 어떻게 민주화하고 분권화할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수직계열화한 법원에 대한 민주적 견제를 어떻게 가능하게 하느냐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생각입니다. 특히 대법원장이 모든 법관의 인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데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질 필요가 큽니다. 사법부가 대법원장의 야망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조직이 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내놓는 게 집권여당의 책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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