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부'서 집값 오른다는 말, 끊어내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다시 입길에 오릅니다. 최근의 아파트 값 상승은 금리 인하 기대감과 토허제 '풍선효과' 등이 주요 원인이지만, 새 정부 출범으로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할 거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진보정부의 특성 중 하나인 재정 확대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강세장으로 만들 거라는 전망이 반영됐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기대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조기에 잡지 않으면 새 정부 출범 초부터 국정동력이 급속히 소진되는 국면에 봉착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진보정부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은 절반만 사실에 부합합니다. 역대 정부의 집값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높았고, 이어 노무현 김대중 박근혜 이명박 순으로 나타납니다. 보수정부에 비해 진보정부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많이 오른 건 사실입니다. 다만 박근혜, 이명박 정부 집값 상승률이 높지 않았던 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말인 2007년 분양가상한제와 원가 공개, 대출 규제 등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덕분입니다. 정권 성향과 관계없이 '아파트에 투자해 봤자 돈 못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부동산은 잡힌다는 얘깁니다.

진보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확대 재정과 주택 공급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국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정부가 재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큰 정부' 이론은 진보정부를 관통하는 국정 철학입니다. 복지, 일자리 등을 위해 돈을 풀면 유동성이 증가해 부동산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택 공급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도 집값을 오르게 하는 원인이었습니다. 공급을 늘리면 무주택자보다는 투기꾼의 배만 불린다는 인식이 진보정부에 강하게 자리잡았던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앞선 진보정부에서의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를 숙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눈에 띌 만한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부동산 정책은 가급적이면 손대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 손 댈 때마다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세금과 관련해서도 보수적 태도를 견지해 이전 진보정부와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대신 공급확대에는 적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세금 강화 등의 규제로 부동산을 잡기보다는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방향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주택공급 확대의 경우 취지는 옳지만 보통 10년 이상 걸리고,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은 더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변동세가 큰 부동산 시장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주택공급을 과연 믿고 기다려 줄지 의문입니다.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한 것도 성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집값을 잡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을 쓰지 않겠다고 미리 선언함으로써 집을 사도 괜찮다는 심리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칼 집에 칼이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도 적에게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셈입니다.

더 심각한 건 지금 상황에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려면 정부가 대규모로 돈을 풀어 경기부양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당장 20조원 이상의 2차 추경안이 편성돼 다음달부터 집행될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풀린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돼 집값을 밀어올릴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퍼질 수 있습니다. 만약 하반기에 금리인하가 추가로 이뤄진다면 불붙은 집값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불안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대선 기간에 부동산 대책을 마련해놓지 않은 건 중대한 실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시나리오별 대책을 세워놨다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집값상승 심리부터 잡는 게 시급합니다. 그러려면 시장에 명료하고 확고한 메시지를 신속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가 집값 안정이란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주거의 안정없이는 서민들의 삶이 결코 안정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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