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윤석열을 구할 거라는 착각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이 체포됐지만 미국이 윤석열을 지원할 거라는 근거없는 소문은 보수진영에서 여전히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취임직후 윤석열을 지지하는 특별 메시지를 낸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트럼프가 한국 내 부정선거 조사를 지시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이 기각되도록 도울 거라는 황당한 얘기도 돕니다. 정치권에선 며칠 전 윤석열의 느닷없는 LA 산불 관련 메시지도 이를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하지만 외교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윤석열 지지 또는 동조 입장을 밝힐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합니다.
트럼프가 윤석열을 지지할 거라는 음모론은 탄핵 반대 세력의 공작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탄핵소추를 중국인들과 연계시킨 게 신호탄이고, 이를 윤석열이 중국발 안보 우려를 계엄 선포의 근거로 들면서 '혐중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일단 혐중 음모론으로 지지층을 결집한 탄핵 반대 세력이 다음 단계로 트럼프 당선자의 '반중 메시지'와 부정선거론으로 연결시킨 것으로 파악됩니다. 극우세력 집회에 성조기와 함께 트럼프진영 대선 구호가 등장하는 건 이런 맥락입니다.
음모론을 키우는데는 국민의힘도 한몫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중국이 연계돼 있다는 식의 가짜뉴스를 공식 거론하는 등 프레임 전환에 공을 들였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트럼프 진영 외곽 인사들과 접촉하는 움직임도 잇따랐습니다. 트럼프 1기 때 대선 캠프 인사가 최근 비공개 방한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고, 윤석열 탄핵안 가결 직후 트럼프 측근 인사가 윤석열과 면담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탄핵 사태를 한미동맹 훼손과 연관지어 지지를 호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최근 미국 내 일부 인사들이 내란 사태와 관련해 극우에 경도된 인식을 나타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국계인 미국의 영 김 연방 하원의원은 기고문을 통해 윤석열 탄핵을 주도한 이들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협력을 훼손하려고 노력해왔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영 김의 주장은 윤석열 탄핵을 한미동맹과 지나치게 단순하게 연결하고, 탄핵 주도 세력을 폄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그가 미국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위원장을 맡은 3선 의원이라는 점에서도 한국 정치에 대한 잘못된 개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외교가에선 극우 진영에서 나오는 트럼프 지원론은 실체가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일축합니다. 대표적인 근거로 탄핵 사태 국면에 진행된 트럼프 당선인 첫 공식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회견 내내 한국과 윤석열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점을 듭니다. 비상계엄 전 트럼프가 윤석열과 통화하면서 조선업에 대한 한국의 협력을 요청하고 "조속히 만나자"고 한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입니다.
국가 간 현안을 거래로 인식하는 트럼프로선 한국의 탄핵 국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려는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입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2017년 초 출범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죽은 권력은 상대하지 않겠다"며 "다음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가 아직 한국의 탄핵정국과 관련한 어떠한 공식, 비공식적 입장도 내놓지 않는 데는 이런 타산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석열 탄핵 사태를 미국에 의존하려는 행태는 매우 위험합니다. 미-중 패권 경쟁과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국제질서 변화는 보수, 진보를 떠나 한국이 당면한 중차대한 과제입니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 신봉자인 트럼프에게 매달리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정치적 국면 전환을 위해 '탐욕스러운 외세'를 끌여들임으로써 자칫 국익을 해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 세력은 트럼프가 윤석열을 지원할 거라는 허무맹랑한 망상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와야 합니다.
탄핵 사태 국면에서 국민의힘 지지율 회복세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집니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은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예정된 것이지만 어떻게든 피해할 이유가 어느때보다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윤석열이 풀어놓은 파시즘이라는 독에 오염된 국민의힘이 그 모습 그대로 회생에 성공한다면, 또다른 차원의 재앙과 파국을 뜻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임지선의 틈] 이 와중에 하는 삼성 이야기
삼성의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경향신문 임지선 경제부 차장은 "삼성이 예전같지 않다"는 걱정은 기술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겠지만 노동시간을 쥐어짜며 노동자를 극한으로 몰아가 성과를 내온 행태를 계속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리더의 잘못을 노동자에 전가하는 경영으로는 최고의 삼성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