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밑천 다 보인 윤석열

설 명절을 구치소에서 보낸 윤석열의 심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고 측근 변호사가 전했다. 왜 아니겠는가. 지난해 설날만 해도 윤석열은 대통령실 합창단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대국민 영상메시지를 내보냈다. 당시 영상에서 윤석열은 "국민 한분 한분의 삶을 따뜻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국민의 삶은커녕 자신의 앞날을 한치도 내다보지 못한 셈이다.

윤석열이 느끼는 착잡함은 자신의 잘못을 반추하기보다는 비상계엄이 어디서부터 어그러졌는지를 곱씹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국회에 더 많은 병력을 투입했더라면, 실행 계획을 좀 더 꼼꼼히 확인했더라면, 지시를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면 따위의 허황된 복기가 아닐까 싶다. 그러지않고서는 설 전날 나온 구속기소후 첫 메시지가 "이번 계엄이 왜 내란이냐,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는 적반하장식 항변은 아니었을 터다.

윤석열의 메시지 어디에도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기소된 것에 대한 유감이나 사과는 없었다. 국민은 여태껏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는데 김건희의 건강만 걱정했다. 메시지의 대부분은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권한이고, 계엄을 오래 끌 생각이 없었고, 국회의 해제요구에 즉각 응했기에 내란이 아니라는 종전의 주장으로 채웠다. 불법계엄의 증언과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여전히 그런 황당한 궤변이 먹혀들 거라고 믿는 모양이다.

비상계엄 선포 후 윤석열은 안 되는 방향으로만 줄곧 내달렸다. 체포와 구속, 기소 등 모든 과정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은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당당히 나와 조사받았으면 체포를 피하는 건 물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었을 게다. 내란죄라해도 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윤석열은 잔재주를 부리다 자기 꾀에 자기가 속아 넘어간 격이다.  

구치소서 낸 설 메시지도 궤변만
여전히 반성않고 빠져나갈 궁리
국민들로부터 조롱∙희화화 전락

헌재에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평상시 대통령은 보고하면 법전부터 가까이서 찾아본다"고 말했다. 김용현은 검찰에선 "윤석열이 계엄 관련 법률을 공부했다. 계엄 요건도 다 찾아보고 사전에 학습했다"고도 했다. 계엄을 구상한 것도, 구체적인 계획을 짠 것도, 법률 검토를 한 것도 윤석열이었다고 실토한 것이다. 한데, 결과는 완전한 실패였다. 계엄도 좌절됐고, 구속도 기소도 피하지 못했다.

그러고도 윤석열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형사재판 진행을 이유로 탄핵 심판을 멈춰달라고 하거나, 보석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수사와 재판 등 사법시스템을 철저히 우롱한 피고인에게 선처를 베풀 곳은 없다. 남은 헌재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서도 윤석열에겐 일말의 자비도 혀용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은 너무 바닥을 일찍 드러내고 말았다. 안 끌려가겠다고 버티고, 지지자들에게 살려달려고 매달리고, 부하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태는 우두머리로는 최악이다. 범죄 집단의 두목도 그렇게는 안 한다. 보수층 내에서도 윤석열의 그런 모습에 혀를 차고 고개를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강성 지지층이 결집해서 여론조사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열을 내지만 그게 윤석열의 인기를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들 사이에서 윤석열은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비열하고 비겁하고 비루하다는 3비(卑)형 인간이라는 말이 횡행한다. 오죽하면 독재자 김정은이 버티고 있는 북한이 윤석열의 구속기소 소식을 전하면서 '가련한 처지'라고 비웃었겠는가.

구치소의 윤석열이 친분있는 목사에게 성경책을 보내달라고 해서 읽고 있다는 근황이 전해졌다. 주술에 중독돼 국정을 엉망으로 만든 것에 비하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전광훈처럼 극우 복음주의에 심취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행여라도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의 주류인 극우 기독교집단을 직접 이끌겠다고 마음먹지 않을까해서 하는 말이다. 요즘 지지층을 향한 선동적 언행을 보면 이미 그 지경까지 이르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