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석열 닮아가는 한동훈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에서 한동훈 대표가 범한 가장 큰 실책은 본래의 얼굴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윤석열 대통령과 동질의 부류라는 것을 이번 사태로 모두가 알게 됐다. 아무리 차별화를 내세워도 한 뿌리에선 비슷한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다. 풀과 녹색은 같은 빛깔이란 속담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동훈이 총선 패배 책임에도 재빨리 정치에 뛰어든 건 검사 출신이란 딱지를 떼기 위해서였다. 죽을 쓰는 윤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이런 계산은 지금까지 맞아떨어지는 듯 했지만 당원게시판 사태로 더이상은 숨길 수가 없게 됐다. 누구 말대로 '술 안마시는 윤석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한 대표가 이번 사태에서 귀가 아프도록 되뇌인 건 법적 문제다. 익명성이 보장된 당원게시판 작성자 신원 공개는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한동훈이 '윤석열 차별화'의 깃발로 내세운 게 '국민 눈높이'다. 법보다는 국민의 상식이 우선한다는 논리다. 대다수 국민은 가족이냐 아니냐를 묻고 있는데 엉뚱하게 법을 들먹이며 피해 나간다. 윤 대통령이 아내의 명품백 수수에 법적으로 뭐가 문제냐고 했던 것과 뭐가 다른가.
한 대표가 말끝마다 "위법이 있다면 수사될 것"이라고 하는 것도 공허하다. 그렇게 진실을 가리고 싶다면 수사기관에 고발하면 될 텐데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대통령실은 명태균씨가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고 있는 사실, 없는 사실을 떠들어대는 데도 한사코 고발을 꺼렸다. 고발이 가져올 결과가 어떻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윤석열과 한동훈이다.
법 내세우고 사과 인색, 윤석열과 닮은꼴
윤과 차별화 아무리 강조해도 초록은 동색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외관을 보면 딱 드러난다"고 했다. 검사 출신들은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법으로 얽어맬 수 있는가를 감각적으로 판단한다. 한동훈도 수사 운운하지만 검찰과 경찰이 작심하고 달려들면 서너 가지의 혐의를 찾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박근혜 특검 때는 자기 마음대로 했던 검사 윤석열이, 대통령이 돼서는 자신을 겨누는 특검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빼다박았다.
법을 자신들과 조직의 전유물로 인식하는 '정치 검사'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동훈도 가족들이 댓글 쓴게 사실이라면 진작에 고개를 숙이는 걸로 매듭지을 수 있었다. 윤석열은 버티고 버티다 '어찌됐든 사과'로 모양새만 구겼다. 법을 정의를 바로세우고 공정을 실현하는 가치가 아니라 권력에 아부해 출세의 수단으로 여기는 자의 공통점이다. 인간성이 결여된 '법 기술자'들이 양산된 결과일 것이다.
야당의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수사지휘 라인에 대한 탄핵 추진에 검찰 간부들이 벌떼처럼 나선 것을 보라. 이들에겐 김 여사 명품백과 도이치 주가조작 무혐의 처분에 대해 일말의 반성도 없다. '별장 성 접대 의혹'의 김학의 전 법무차관을 봐주다 못해 출금시킨 이들을 기소했다가 패소하는 망신을 당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검사 탄핵이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정신을 몰각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명시한 헌법 정신을 훼손한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들의 후견인이다. 현재 검찰을 장악하고 있는 '윤석열 사단' '한동훈 사단'을 지탱하고 배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 누군가.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사태는 한동훈 '검사 정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윤 대통령의 막무가내 국정 운영을 지켜본 많은 국민은 검찰과 검사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윤석열, 한동훈의 원죄는 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든 데 있다. 한 대표가 태생적 결함을 이겨내고 정치인의 길을 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