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 대통령, 두려움에 떨고 있다
김건희 여사 수사 지휘부 전격 교체의 설계자가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여러 정황으로 분명해지고 있다. 검찰총장의 이례적 침묵 항변이 이번 인사의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검찰 '인사 학살'의 단초는 올해 초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김 여사 조사 요청으로 짐작된다. 특검에서 난도질을 당하느니 미리 면죄부를 주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을 텐데, 윤 대통령은 이마저도 "너희가 감히"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느닷없는 민정수석 부활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의문이 풀린다. '민심 청취'는 구실이었을뿐 실은 검찰 지휘부를 숙청하기 위한 포석이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칼을 들 수는 없으니 대신해서 손에 피묻힐 대리자가 필요했을 터다. 민정수석에 검찰총장보다 아홉 기수나 높은 선배를 택한 것도 검찰 조직 전체에 '찍소리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을 계산하고 그림을 그린 뒤 실행에 옮겼을 것이다.
의아한 건 이런 위험한 계획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무모함이다. 그 사이 '거사'를 중단해야할 많은 일이 있었다. 총선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했고,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보수층마저 등을 돌렸다.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치솟았다. 하지만 모든 신호가 불리하게 나타나는 데도 윤 대통령은 짜놓은 작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배우자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지 않겠다는 일념에서일 것이다. 그것은 홍준표가 말한 '상남자'의 도리가 아니라 '누가 감히 내 아내를 건드리느냐'는 제왕적 오만함의 발로다.
윤 대통령의 무참한 검찰 인사로 김 여사 수사는 더 볼 것도 없게 됐다. 불신임을 당한 검찰총장이 "인사는 인사고 수사는 수사"라고 해봤자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권력의 풍향계를 누구보다 잘 감지하는 이들이 검찰 아닌가. "사건의 실체와 경중에 맞는 올바른 판단 나오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신임 중앙지검장의 발언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김 여사 수사팀에게 그 말은 빠르게 무혐의로 결론내라는 지시로 들릴 것이다.
대통령 부부 향한 특검에 대한 두려움
위기 피하려다 감당 못할 상황 올 수도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VIP 격노설'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한 것처럼 해석됐지만 실은 그 안에 속내가 담겨있다. 윤 대통령은 경찰 수사에서 사단장의 무혐의가 밝혀지면 대통령실 외압 의혹도 자연히 해소될 거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해병대 수사단의 과실치사 적용이 틀렸으니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외압 의혹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거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의 전제로 수사 결과를 제시한 건 바로 이런 점을 노린 것이다. 어떻게든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특검법을 거부해 시간을 끌어보자는 심산이다. 믿는 것은 공수처의 부실한 수사력이고, 경찰의 '충성심'이다. 윤 대통령의 동문서답식 답변에는 경찰에 대한 수사가이드 라인이 숨어 있는 셈이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두고, 고교 후배 장관과 경찰청장을 '이태원 참사' 책임에도 꿋꿋하게 남겨둔 이유가 뭐겠는가.
윤 대통령이 한사코 자신과 배우자를 향한 수사를 막는 근저에는 사법적 두려움이 또아리를 틀고 있을 게다. 본인이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오르고,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정의와 공정이라는 허울로 남에게 무수히 많은 상처를 입힌 당사자이니 그 두려움은 더욱 클 것이다. 김 여사도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고, 재판정에 출석할 지 모르는 상황에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윤 대통령 부부의 두려움은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잘못한 게 있으면 응당 책임을 지고, 그렇지 않으면 조사받고 해소하면 될 일이다. 그 당연한 것을 거스를 경우 후에 감당못할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시중에는 윤 대통령을 향해 '윤똑똑이'라는 비아냥이 돈다. 자기만 혼자 잘나고 영악한 체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데, 윤달의 윤(閏)에 윤 대통령의 성씨인 윤(尹)을 붙인 것이다. 지금 윤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면 딱 그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