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럼에도 조작기소 특검 해야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조작기소 특검법'은 논란을 부를 여지가 있다. 대통령 개인이 관련된 사건을 특검을 만들어 수사한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대통령을 얽어매는 수사가 재임중 금지된다면, 잘못된 혐의를 밝히기 위한 수사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도 타당성이 있다. 더구나 관련 법안을 여당이 만들고, 수사 책임자인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면 공정의 외관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검에 대한 예외 적용이 검찰개혁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서도 반박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 수사·기소 분리가 검찰개혁의 요체인데 특검은 왜 예외인지, 또한 직접수사권이 박탈된 검사 수십명을 특검에 굳이 포함시켜야 하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집권세력이 여전히 '수사는 검찰이 가장 잘한다'는 검찰 만능주의에 빠져있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모든 의문에도 조작기소 수사는 필요하다. 검찰이 어떤 목적을 갖고 수사권을 남용했다면 그 실상을 밝혀내는 건 의당 해야할 일이다. 당사자가 누구든 가릴 게 아니다. 윤석열 정부 검찰이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하고 기소한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 있다. 이 대통령이 기소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경우, 수사 검사가 피의자를 회유한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고, 대장동 개발 사건에서도 검찰이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피고인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윤석열 검찰의 행태는 이 대통령 사건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서해 공무원 피격관련 사건, 통계 조작 의혹 사건, 월성원전 폐쇄 의혹 사건 등 정책적 판단에도 칼을 들이댔다. 그 결과, 서해 공무원 사건은 기소된 전원이 무혐의 판결을 받았고, 재판이 진행중인 다른 사건들은 검찰이 관련자들을 압박해 억지 기소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문재인 등 진보 정부를 겨냥한 표적수사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엉터리 수사에 검사 수백명이 동원됐고, 사건 관련자들은 심대한 물적,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공권력을 동원한 불법의 정황이 드러났는데, 이를 덮고갈 수는 없다. 유불리를 따져 적당히 넘어갈 단계는 이미 지났다. 가장 공정해야 할 수사기관이 잘못을 범했다면, 조사를 해서 바로잡을 건 잡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 지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대통령 사건 관련 '조작기소 특검법' 논란 있지만
'윤석열 검찰' 불법적 수사 덮고 넘어갈 순 없어
특검 수사 결과 어떻게 나오든 국민 뜻 물어야 

조작기소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데는 여당의 서투른 대응이 원인을 제공했다.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전제로 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민주당 의원 다수가 '공소취소 모임'을 만들고, 특검법에 공소취소 조항을 넣는 바람에 역풍을 불렀다. 지금 야당은 물론, 중도층도 조작기소 특검법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건 여전히 특검을 공소취소의 사전 포석으로 의심하고 있어서다. 이런 의심을 불식하지 않는한 특검이 출범해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무엇보다 특검이 공소취소와는 별개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만약 특검 조사에서 불법 수사와 조작 사실이 밝혀지면 그에 맞는 적절한 절차를 밟으면 될 것이다. 공소청에 조사 결과를 제출하든, 아니면 법원에 증거로 내든, 그것은 특검 조사를 보고 판단할 일이다. 특검 수사 도중에 공소취소라는 말이 나오면 그 수사는 오염돼 버린다. 오로지 특검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

특검 수사는 결과의 수용을 전제로 한다. 특검 수사에서 검찰의 조작기소를 입증할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그것대로 인정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때 가서 수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집권여당다운 태도가 아니다. 여권은 사전에 이런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자신과 관련된 사건인 만큼 이 대통령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특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말고 결과가 나올 때지 머리에서 지우는 게 나을 것이다. 임기 초반인 데도 이 대통령의 국정이 흔들린 요인 가운데 하나가 공소취소 문제였다는 걸 부인하기 힘들다. 보수 야권은 물론 지지층 내에서도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에 집착해 개혁에 주춤거린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를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잊고 오로지 정책과 민생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특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이제 국민의 삶을 어떻게 낫게 만들 것인가에만 전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