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국·김용남 '동반 패배'의 교훈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은 어부지리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28.7%였고,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는 27.2%를 득표했다. 두 후보를 합친 득표율은 유의동의 34.8%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득표수로는 2만표 넘게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유의동은 조국과 김용남이 치고받는 사이 승리를 거저 얻다시피 했다.

조국과 김용남은 선거 기간 내내 힘을 모을 생각도, 합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감정의 골이 워낙 깊게 패인 탓이다. 조국은 "진짜 민주당 후보는 나"라며 민주당 '코스프레'에 여념이 없었고, 김용남은 선거가 끝나면 조국과 상종도 하지 않겠다며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두 사람에게는 민주진보 진영의 단합과 미래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금배지에 대한 집념만 도드라졌다.

조국은 출마의 변으로 '국민의힘 제로'를 내걸었다. 하지만 자신의 선거 구호와는 정반대로 끝까지 완주해 민주·진보진영의 분열을 초래했다. 검증 차원을 넘어 김용남에 대한 과도한 네거티브 공세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싹을 잘라버렸다. 이에 뒤질세라 김용남도 조국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맞불을 놨다.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 불씨를 살리며 추격전을 펴는 데도 싸움박질하느라 선거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후보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번 평택을 보궐선거는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실시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일고의 고민도 없이 후보를 냈다. 후보를 낼 수밖에 없는 사유를 평택 시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순서 아닌가. 그나마 내세운 후보는 여러 흠결로 진보 진영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이러니 어떻게 유권자들이 흔쾌히 표를 줄 수 있었겠나.

조국혁신당 의원 11명은 선거가 시작되자 일제히 평택을로 달려갔다. 현장에서 의원 총회를 여는 등 혁신당 전체가 당 대표 구하기에 나섰다. 아무리 조국 1인 정당이라고 해도 의원들은 엄연히 국민 전체의 대표자다. 이런 사당화(私黨化)의 모습이 평택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이나 해봤는지 의문이다.  

김용남·조국 득표율, 유의동보다 20% 많아
'뉴 이재명'과 '올드 민주당' 논쟁의 후유증
진보 진영 분열하면 2년 뒤 총선 전망 암울

조국과 김용남이 드잡이를 하면서 진보 진영도 두 쪽으로 갈라졌다. 선거 전 합당 논의 때 불거졌던 이른바 'ABC 논쟁'이 다시 타올랐고, '친명·친청' 논란도 거세게 불었다.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로에게 험한 말을 퍼부으며 삿대질을 했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얼마 전까지 통합을 논의하던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다.

평택을 선거의 패배는 더 암담한 앞날을 예고한다. '뉴 이재명'과 '올드 민주당'이 패배 책임을 놓고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뉴 이재명은 조국의 출마부터가 잘못이라고 손가락질할 테고, 올드 민주당은 보수 정당에서 넘어온 김용남에 대한 공천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 조만간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층 격화될 거라는 점이다. 차기 당 대표를 둘러싼 민주당 지지층 간의 논쟁은 이미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6·3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결과에서 드러났듯 보수 진영은 여전히 강고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은 이번 선거를 민주당의 승리라고 보기 어렵게 할 만큼 충격적이다. 정치적 요충지인 수도 서울에서 절반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국정운영에 동조하지 않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대구시장과 경남지사 선거 패배는 보수의 아성이 굳건함을 보여줬고, 국민의힘에 4석을 내준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도 심상치 않다.

민주당 지지층이 착각하는 게 지금의 국면을 진보의 확장과 보수의 퇴조로 보는 시각이다. 현 상황은 윤석열 내란 사태로 보수가 잠시 위축됐을뿐 정치 지형이 근본적으로 진보 우위로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국회 입성은 장차 보수 세력의 확장을 점치게 한다. '윤 어게인' 세력은 윤석열 내란 재판이 마무리되면 급속히 사라지고 보수가 개혁 세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흐름은 이재명 정부와 진보 진영에 위기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만하거나 방심할 때가 아니라는 경고다. 2년 뒤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다. 탄탄해 보이던 정권이 흔들리고 교체되는 건 항상 내부 분열로부터 시작됐다. 그 엄연한 사실을 집권세력도, 그 지지자들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