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명이 그리 못마땅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재판이 줄줄이 연기됐지만 조희대 대법원의 선거 개입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중차대한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가장 유력한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려한 소행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하기 어렵다. 후보가 누구라도 마찬가지지만 당사자가 이재명이어서 더 고약하다. 만약 이재명이 아니라 국민의힘 후보였어도 대법원이 그랬을까.

'이재명 죽이기'는 검찰만 그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재명 선거법 재판 1심의 과도한 형량이 의심을 키우더니, 대법원이 쐐기를 박았다. 법원의 이상기류는 지귀연 부장판사가 내란 수괴 윤석열을 풀어줬을 때부터 감지됐다. 이제 사법부가 내란 세력의 동조자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게 됐다. 이재명을 서둘러 제거하려한 것도 그런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다.  

이재명은 절대로 안 된다는 정서는 검찰과 법원 등 법조 엘리트들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보수정당 엘리트 집단인 국민의힘의 대선 캠페인은 오로지 '반이재명'에 맞춰져 있다.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문수, 한덕수가 단일화 회동에서 유일하게 합의한 게 "이재명이 집권하면 어떤 불행한 일이 있을 것인지 우려했다"는 거였다. 당 지도부는 정당사상 유례없는 '강제 단일화'를 하겠다면서 '이재명 독재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던 한덕수, 최상목 같은 보수 관료들의 행태도 다르지 않다.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할 때는 하지 않고, 임명하지 말아야 할 때는 임명하면서 공공연히 헌법을 위반했다. 윤석열을 살리고, 이재명은 죽이자는 책략 아니었을까. 법원의 선거 개입에는 눈을 감던 보수 언론은 재판이 연기되자 이재명에 굴복한 사법부라고 비판한다. 이 정도면 이재명은 보수 기득권 세력의 '만능키'나 다름 없다. 보수 법관, 보수 정당, 보수 언론, 보수 관료 등 우파 기득권이 일치단결해 반이재명 전선에 똘똘 뭉친 모양새다.

법조엘리트들 '이재명 죽이기' 드러난 조희대 파동
단일화 진흙탕 국민의힘도 '반이재명 연대'가 목표
기득권 뺏기지 않으려는 보수 엘리트 세력 집단저항

이들이 하나같이 목소리를 높이는 건 이재명은 범죄자여서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재명은 '만들어진 범법자'다. 윤석열 정권의 검찰이 이재명을 탈탈 털어 나온 게 고작 허위사실 공표와 배임 혐의다. 이재명을 찍겠다는 사람들 말대로 돈을 먹은 부패범죄도 아니고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다. 윤석열의 하명을 받은 검찰이 낙인을 찍어놓고 어떻게든 혐의를 찾아내려고 무리한 수사를 해서 나온 것이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엄청난 '정치 보복'을 할 거라는 말도 한다. 정치 보복이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는 걸 뜻한다. 윤석열이 이재명에게 했던 게 바로 정치 보복이다. 그들이 이재명을 겁내는 건 그만큼 이재명에게 못할 짓을 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내란 사태 종식을 위한 단죄는 불가피하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킨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정치 보복이 아니라 당연한 사법적 조치다.

수구 기득권 엘리트들이 더 걱정하는 건 정권 연장 실패로 인한 권력의 상실이다. 오랜 기간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기득권을 내려놓기가 두려운 것이다. 무능하고 이기적이며, 심지어 공동체에 해악을 끼쳐온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한 줌의 사익이라도 뺏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집단 저항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보수 엘리트들의 심리적 저변에는 이재명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저항감도 있다고 본다. 도시빈민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이재명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과거 보수 엘리트 세력은 상고 출신의 변두리 정치인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취임 후에는 대통령 취급도 하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되면 보수 엘리트들은 이재명을 또 그렇게 대할 것이다.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의 뿌리깊은 반동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가 차기 정권의 또하나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