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명 정부 심판론', 먹히겠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확실히 드러난 건 6월 지방선거를 '정권심판론'으로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장 대표는 연설 도중에 '이재명'이라는 단어를 30차례나 언급했다. "이재명 정부의 지난 8개월은 해체와 파괴, 붕괴와 추락의 시간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이 대통령 때리기를 필승의 선거 전략으로 삼겠다는 계산이 또렷이 보인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흔히 정치권에서는 선거의 3요소로 '구도·인물·이슈'를 꼽는다. 이중 인물은 각 지역구 후보의 경쟁력을 뜻하는데, 거론하기도 민망하다. 후보 경쟁력은커녕 TK를 제외한 상당수 지역에서 인물난에 허덕인다. "질 게 뻔한데 왜 나가냐"며 출마를 기피하는 지역이 허다하다고 한다. 오죽하면 "민주당 출신의 광역단체장이 경선에서 떨어지면 그 사람을 모셔오자"는 자조섞인 농담이 오갈 정도다.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발을 빼는 모습에서 경기 결과가 어떨지는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슈 경쟁은 다를까. 최근 국민의힘에서 던진 의제 가운데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그나마 장 대표가 언급한 선거연령 16세 인하 정도인데, 너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여태껏 '교실의 정치화'를 부추긴다며 선거 연령 하향 조정에 반대해온 게 국민의힘 아니었나. '10대 극우화' 현상에 편승해 선거에서 득을 보자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음모론과 괴담에 빠진 청소년들의 암담한 현실에 책임을 지고 해법을 내놓는 게 기성세대로서 할 일이지, 선거 전략으로 활용할 것은 아니다. 이슈 생산력의 빈곤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유일하게 기대볼 수 있는 건 선거 구도다. 장 대표는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에서 '진보 대 보수' 구도로 맞서면 승산이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이념·세대·지역 등 정치 지형을 잘 활용하면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우파 총연대론'을 외치고, 선거 연령을 낮추자 하고, 제주를 찾고 호남을 방문하려는 것도 그런 방편이다. 하지만 지금 당내에서 진행되는 상황만 봐도 좌표가 한참 빗나갔음을 알 수 있다.
당은 '한동훈 축출' 대 '윤 어게인'으로 분열
자성과 쇄신 없으면 '야당심판론'에 쏠릴 것
한동훈 전 대표만 쳐내면 당이 선거 승리를 향해 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부터가 오산이다. 당권파와 친한파 간 대립이 가열돼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전두환 사진을 걸어라" "윤석열을 내치면 장동혁을 버리겠다"는 등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이 당을 쥐락펴락하면서 배가 산으로 올라갔다. 보수 결집은 어림도 없고, 갈라지고 찢어진 채로 선거를 치르게 생겼다.
이 대통령의 '중도보수론'은 가뜩이나 분열된 보수의 영역을 잠식하는 양상이다. 민주당 대표 시절 "앞으로 민주당은 중도 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 대로 이 대통령은 세력 확장에 적극적이다. 성과 중시 기조에, 보수 출신 인사 중용은 향후 정계개편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장 대표는 민생 현안을 부각시키며 '실력있는 야당'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생각이지만 정작 민생에도 밀리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연일 부동산 문제를 국정 최우선 과제에 올리고 강한 해결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높은 주거 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냐"며 국민의힘을 겨냥하고 있다. 서민들의 가장 큰 부담인 집값 문제에 발 벗고 나선 대통령과 강남 기득권층을 대변하며 딴죽을 거는 국민의힘 사이에서 국민이 누구 편을 들지는 보나마나다.
그것뿐이 아니다. '윤 어게인'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국민의힘과 내란을 청산하고 극복하자는 민주당, 정치·사회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진보 정치 세력을 통합하자는 민주당과 개혁보수의 씨앗까지 도려내는 국민의힘, 미·중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민주당과 미국과의 통상 이슈에서 우리 정부의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는 국민의힘. 이런 구도라면 승패는 이미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
'헌정수호 대 반헌정' '개혁 대 반개혁' '민생 대 반민생'의 프레임이 고착화되면 국민의힘은 백전백패다. 유권자들은 이재명 정권 평가와 심판에 주목하기 보다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야당심판론'에 고개를 돌릴 것이다. 자성도 쇄신도 없는 국민의힘 앞을 기다리는 건 민심의 냉혹한 심판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