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민의힘과 검찰의 '의기투합'
국민의힘이 기어코 이재명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발생 후 "이재명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의 재앙"이라며 연일 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대통령' 호칭을 붙이지도 않는다. 독기 가득한 연설에는 경멸과 증오만 넘쳐날 뿐이다.
내란을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세운 새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5개월이다. 그간의 혼란과 불안을 가라앉히기에도 짧은 시간인데, 대통령을 끌어내리자는 게 가당키나 한가.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탄핵에는 극렬하게 저항한 국민의힘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동조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너나할 것 없이 "항소 포기 몸통은 이재명"이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대통령이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막연한 추측과 희망을 섞은 아무말대잔치 수준이다. 자신들이 정권 잡았을 때 검찰에 했던 방식대로 진행됐을 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반향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국민의힘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이유는 자명하다. 당 전체가 위헌정당 해산 위기에 내몰리고 의원들이 구속될 지경에 놓이자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다. 기승전 이재명 때리기로 강성 지지층에 구조 신호를 보내는 거다. 그럴수록 더 여론이 돌아서고 당은 낭떠러지에 내몰릴 거라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국힘의힘은 급기야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내란 선동 혐의로 체포되자 장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말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인 황교안과 국민의힘을 동일시한 건 당의 정체성이 극우정당임을 실토한 것이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관위를 침탈한 게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해서였으니, 꼼짝할 수 없이 내란 세력에 스스로를 가둔 셈이다.
항소 포기에 집단 행동으로 맞선 검찰의 심리도 국민의힘과 다를 바 없다. 대장동 항소 포기가 결정된 날 관련 재판에선 경악할 만한 증언이 나왔다. 대장동 수사 당시 "검사가 허위 진술을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팀을 맡은 '친윤 검사'들에겐 항소 포기가 동아줄로 여겨졌을 법하다. 그날 심야에 검사들의 궐기를 촉구하는 글을 가장 먼저 띄운 게 이들이라는 건 우연이 아니다. '조작 수사'에 대한 칼날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권에 역공을 가하자는 계산이었을 거다.
항소 포기 이용해 검찰개혁 힘빼기 나선 검찰
보수정치 세력과 검찰의 야합, 단호한 대처를
검찰청 해체에 불만이 팽배했던 검찰에 '정치 검사'들의 선동은 좋은 땔감이 됐다. "검찰의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라는 지금까지의 검찰과는 어울리지 않은 명분을 내걸고 조직적 저항에 나섰다. 윤석열과 한 몸이 돼 정권 보위대로 전락하고도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오로지 이번 사태를 이용해 정권의 힘을 빼고 검찰개혁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항소 포기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노만석 검찰대행이 줄행랑을 놓은 장면에서도 얄팍한 계산이 엿보인다. 그는 '용산과 법무부와의 관계'를 항소 포기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어떻게든 여권에 잘 보여서 검찰개혁의 고삐를 풀려한 속내를 털어놨다. 정의와 공정을 수호해야 할 검찰 수장이란 사람이 소임을 팽개치고 항소 여부를 거래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노 대행의 사퇴로 집단 행동에 앞장선 검사들은 머쓱하게 됐다. 더 이상 검찰의 총대를 매줄 사람도 없어졌고, 바람보다 먼저 눕는 잡초보다 못한 게 검찰이라는 인식만 굳어졌다.
이번 사태로 보수권력과 검찰이 한통속이었다는 사실도 선명해졌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권에서 검찰은 권력에 기생하며 막강한 권한을 유지해왔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 손에 쥐고 정권의 하명에 따라 마구잡이로 정적을 제거했다. 노 대행은 사표를 낸 뒤 기자들에게 천기를 누설하는 발언을 했다. "옛날에는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같았는데 지금은 정권하고 (검찰의) 방향이 솔직히 좀 다르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 국민의힘과 검찰이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한 것이다.
국민의힘과 검찰이 노리는 건 명약관화하다.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부각시켜 힘이 빠지게 한 뒤 종국에는 권력을 되찾아오려는 계산일 것이다. 노무현과 문재인 정부에서 보수정당과 검찰의 야합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똑똑히 목도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가 해야할 일이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