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재명 정부 검찰'은 다르다는 착각
정부가 검찰개혁 방안으로 제시한 '중수청·공소청법'에 가장 반발하는 이들은 보수층이 아니라 진보진영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에는 법안에 대한 성토가 넘쳐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이 실패한 후과가 어땠는지를 또렷히 기억하고 있어서다. 검찰개혁을 소임으로 집권한 이재명 정부도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하다.
'검찰청 부활'로 불리는 법안 작성 책임자로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이 거론되지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아무리 검찰에서 잔뼈가 굵은 '검찰주의자'라 해도 일개 참모가 대통령의 뜻을 거슬러 마음대로 검찰개혁 작업을 쥐락펴락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궁금한 건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 일단이 일본 방문길에 공항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나눈 대화에서 드러났다. "검찰 권한이 없어지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상호 견제해야지"라는 말이다. 검찰 권한은 약화되는 반면 비대해진 경찰을 통제하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다. 국가 수사기관 기능과 역할의 조정, 상호 견제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 마련은 응당 필요하지만, 그것이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훼손해야 할 이유는 될 수 없다. 경찰 견제 장치는 그것대로 촘촘히 설계하면 되지, 그렇다고 검찰을 살려놓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중수청을 사실상 검사와 수사관 구조로 만들고,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는 정부안은 현재의 검찰청사에 칸막이만 쳐놓는 격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에는 특유의 낙관론이 담겨있는 듯하다. 청와대는 검찰 문제가 거론되면 "이 대통령은 피해자"라는 서사를 강조한다. 누구보다 검찰의 탄압을 많이 받은 당사자가 이 대통령이니 검찰개혁 의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하지만 개인의 문제를 국가 제도와 시스템으로 확장하거나 치환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검찰개혁 못하면 되치기 당한다 우려 팽배
이 대통령, 검찰권력 해체 소명 잊지 말아야
그런 오판의 가능성이 "이재명 정부 검찰은 과거와 다르다"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서 묻어난다. 정 장관은 "검찰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맞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고 했는데 안이한 생각이다. 두달 전 대장동 항소 포기에 다수의 검사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일은 벌써 잊었나. 민중기 특검에 파견된 검사 수십 명이 원대복귀를 요구하며 태업을 벌인 것도 불과 얼마 전이다.
검찰은 여태껏 어느 정부의 검찰인 적이 없었다. 국가 기관이기 이전에 독자적인 권력 집단으로서 세력을 키워왔다. 그때그때 정권에 성향에 주파수를 맞춰왔을 뿐이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도 지금은 정권의 힘이 막강해 숨죽이는 척 할 뿐이지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칼을 거꾸로 들고 달려들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공직사회는 로봇 태권브이와 비슷해서 결국은 그 조종간에 누가 타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능력만 있으면 공직자가 누가 됐든 잘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마찬가지로 검찰 집단도 관리 가능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으니 마음에 안 들거나 거역하면 교체하면 된다는 것이리라.
법률가 출신이자 실용주의자인 이 대통령은 현실적 접근을 선택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검찰개혁은 '현실'에 머물러서는 실현하기 어렵다. 이전 진보정권에서 검찰개혁이 실패한 것도 늘 현실과의 타협이 원인이었다. 검찰개혁이 어렵다는 과거의 경험은 더 강력하게 의지를 다지고 밀어붙어야 할 동력이지 적당히 절충하거나 포기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지금의 검찰은 검찰 조직 그자체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해방 이후 검찰은 정치권과 관료사회, 언론과 공생 관계를 맺으며 뿌리를 다져왔다. 검찰이 사라지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기득권 엘리트들이 넘쳐난다. 이재명 정부는 오랫동안 구조화된 검찰 권력을 해체할 소명을 안고 있다. 그 역사적 책임을 잊어선 안 된다.